집값인하 공약의 허구성(사설)

집값인하 공약의 허구성(사설)

입력 1992-03-17 00:00
수정 1992-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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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국민당이 내놓은 아파트 공급공약은 그 실현성이 크게 의문시되는 공약으로 판단된다.

「아파트값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춰 공급하겠다」는 국민당의 주장에 대해 관계당국은 물론 주택건설업계및 학계에서는 「실현성이 없는 공약」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국민당이 계속하여 아파트문제를 총선쟁점으로 부각시키자 무주택 서민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당의 주장대로 아파트 값을 절반이하로 인하할수 있다면 그것은 주택공급의 개혁정도가 아닌 일대 혁명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그 공약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면 제 6공화국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주택공급확대 노력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정도의 혁명적인 효과가 있다면 정부가 즉각 이를 시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전문가들은 국민당의 주장을 실현성 없는 공약으로 보고 있다.이유는 몇가지가 있다.국민당의 아파트값 절반인하에는 여러가지 전제조건이 있다.채권입찰제의 폐지가 그 첫번째 전제이다.이 채권입찰제는 공교롭게도 지난 83년 5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현대아파트 분양때부터 실시되었다.

이 제도는 기존 아파트가격과 신규아파트 분양가 사이에 심한 가격차가 생기면서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자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공급을 위해 채택된 것이다.국민당의 주장대로 채권입찰제를 없애면 공급가격은 채권액만큼 내려가겠지만 투기가 재연될 게 분명하다.투기가 일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마련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은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히 채권입찰제에 의해 거둬들인 돈의 경우 서민용 국민주택과 임대주택등의 건설에 지원되고 있다.이 제도가 없어지면 국민주택 건설이 어려워져 서민들의 주택마련기회는 한층 더 좁아지게 된다.국민당은 이 제도의 폐지가 가져오는 2중3중의 폐해와 부작용을 외면한채 「아파트값을 절반으로 인하,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국민당의 두번째 주택가격인하 전제조건은 국·공유지와 일부 녹지의 택지개발이다.대도시의 국·공유지 가운데 택지로 개발할만한 곳이 없다는 것은 정주영 전현대그룹회장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녹지의 경우는 이미 너무 많이 개발해 오히려 녹지공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환경관련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실제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녹지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세번째의 전제조건인 공영개발택지의 저가공급 역시 문제가 있다.국민당은 도로·하수도등 공공시설비용을 택지값에 전가시키지 말고 국가 재정에서 지원하면 값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현재 국가재정사정이 여의치 않아 고속도로와 항만등 주요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투자확대도 어려운 실정이다.또한 택지의 도로와 하수도는 수익자부담원칙에 입각하여 입주자가 부담하는게 사리에 맞다.결국 국민당의 공약에서 전제조건을 빼면 집값인하는 공약에 불과하다.따라서 실현성 없는 집값인하주장은 이제 중단하기 바란다.
1992-03-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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