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2-01-28 00:00
수정 1992-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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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잃은 우주인 세르게이 크리칼페프씨.지상 관제소와 연락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얼마나 고독합니까.얼마나 답답합니까.얼마나 불안합니까.◆그렇습니다.당신이 지구를 떠날 때는 「당신의 나라」가 있었습니다.지난해의 5월이었으니까요.그런데 당신이 우주정거장으로 떠난 다음 당신의 나라에는 큰 변고가 생겼습니다.8월의 쿠데타에 이은 「소련」의 적멸이 그것입니다.적기도 함께 없어졌습니다.물론 그 나라 대통령이었던 고르바초프도 하야해 있는 신세입니다.당신이 그 곳에 머무르는 사이 당신은 당신을 그곳에 보낸 주체를 잃어버린 것입니다.◆당신을 싣고 올 귀환 로켓은 10월에 발사될 예정이 었습니다.하지만 쿠데타가 일어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던 때가 아닙니까.그때까지 당신의 나라는 있었지만 거기에 예산을 쪼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식량을 비롯한 일상용품이 달려 「폭동 전야」의 험악한 분위기였습니다.지금이라 하여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아마 예정대로 귀환 로켓을 쏘았다면 한사람 살려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굶겨 죽이기냐는 불만도 터졌을지 모릅니다.◆당신의 비애는 「당신의 나라」가 없어진 데에 있습니다.당나라 두보라는 시인은 『나라는 망했는데 산하는 그대로구나』(국파산하재)고 읊습니다만 이때의 「나라」는 자기가 섬기던 정권일뿐입니다.그러니 옛소련의 산하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닙니다.다만 당신이 섬기던 「낫과 망치」의 나라가 가고 없으니 당신에 대한 책임도 희미해진 셈입니다.◆지구촌에는 인권론자들도 많던데 함구무언인 것만 같습니다.더이상 우주미아로 놔둘것인가 말입니다.제행무상을 한번 더 느끼게 합니다.우주경쟁에서 앞서 가기도 했던 강대국의 소심이 이렇게나 서글플 수 있는 것인가 싶어지면서 말입니다.

1992-01-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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