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철수 연기」는 대북 실질적 압력/한·미 안보협의회의를 보고

「미군철수 연기」는 대북 실질적 압력/한·미 안보협의회의를 보고

김태우 기자 기자
입력 1991-11-23 00:00
수정 199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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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악화막게 군사적 행동은 신중히

한미 연례안보협의회가 끝났다. 동북아 안보협력,주한미군 추가감축,방위비 분담,방산협력 및 제3국 수출문제,연합지휘체제 개선등 안보협의회를 통하여 한미 양국이 함께 다듬어 가야할 사안들은 산적해 있다. 금년에는 북한 핵개발에 대한 대응방안,부시 미대통령 선언에 따른 전술핵 처리방안 등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핵문제가 가지는 의미는 그 어느때 보다 크다. 특히 양국이 합의한 『북한의 핵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주한미군 감축 동결』은 매우 실질적인 대북 압박조치로서 결과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앞으로 한반도 핵문제는 한미 양국이 수평적 동맹관계내에서 유연하게 처리해야 하며,어느 한쪽만의 국익을 쫓아 일방적으로 처리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양극체제와 단극체제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장단점이 혼재한다. 소련제국의 붕괴로 양극체제가 약화되고 일견 미국이 단극인 시대가 열리고 있고,온세계가 동서간 이념대결 마감,공산세력의 퇴조,군축무드 조성 등 즐거운 변화들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극체제하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질은 별개의 문제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전쟁의 부재」를 평화와 안정으로 동일시하고 이를 추구한다면 한 국가에 의한 전세계의 통치 또는 식민지화가 이를 가장 확실히 보장해 준다. 이럴 경우 단극국가는 부와 힘의 독점자가 되고 여타국가는 「굴종」이란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평화와 안정의 질은 열악하다.

북한의 핵문제를 바람봄에 있어 한미간 시각차가 있다면 이는 「상호존중」차원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핵정책을 존중함에 있어 한국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할 바를 다했다. 우선 비핵선언이나 농축·재처리 시설의 포기는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제거하는 「대북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핵확산 방지에 관한한 미국은 우방이나 적성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금방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한국은 핵확산이 세계평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핵확산금지조약이 위험스런 나라들의핵보유를 견제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여 미국의 핵금정책을 지지해 왔고 NCND 정책도 존중해 왔다. 이번에 선포한 비핵 5원칙도 한국이 대응적 핵개발로 북한핵 문제를 돌파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오늘의 안보없이 내일의 통일이 있을 수 없고 때문에 한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상황은 피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미국은 맹방의 안보를 위해 북한의 핵개발은 반드시 저지하되 남북한 관계가 지나치게 적대화되지 않도록 배려함으로써 다른 한편에서 진행중인 남북대화를 도와야 한다.

미국이 어차피 세계 핵금정책 차원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한국에 불필요한 「악역」을 내맡기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의 「모양새」를 강화시키는 국익이 될지는 몰라도 남북한 관계를 소중히 여겨주는 모습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23차 한미 안보협의회는 필자의 이러한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켰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개발 및 화학무기 위협에 관해 인식을 같이 했고 핵저지를 위해서도 군사적 긴장을 야기시킬 조치보다는 우선 외교·경제적 압력이 필요하다는데 합의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한 이후에도 한국이 필요로 한다면 효과적인 대북공동감시체제 유지,핵우산 확약 등을 통하여 한국의 안보 이익을 존중해 주어야 하며 농축과 재처리마저 포기한 한국의 원자력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평화용 핵기술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이런류의 일들을 게을리한다면 이는 미국을 위해 거의 모든 것을 양보한 우방의 국익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되어 상호성 원칙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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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무차별적 무역압력과 방위비 분담요구,그리고 동아시아경제지역(EAEG)의 결성을 반대하는 미국을 보면서 이것들이 한미관계에 단극시대의 부정적 측면을 예고하는 사건들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걸프전정이 동맹국들의 도움으로,그리고 다자간 협력을 통해 치러졌음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상호호혜적인 것으로 다듬어 갈 때 추후의 다극화시대에서도 미국의 지도력은 계속 빛을 발할 것이다. 올해 연례안보협의회은 한미관계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본다.김태우<핵안보전문가·정박>
1991-1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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