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기술/개발 5년 넘은 구식이 74%/업체경쟁으로 중복도 55%

도입기술/개발 5년 넘은 구식이 74%/업체경쟁으로 중복도 55%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1-09-24 00:00
수정 199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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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산은,821업체 1,565건 내용 분석/기술의존도 심화… 일본의 4배/작년 도입료만 10억8천만불 넘어

국내 제조업체가 외국에서 사오는 기술의 74%가 도입당시 이미 개발된지 5년이상이 지난 노후기술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업체간의 과열경쟁으로 도입기술의 55%가 도입당시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술이 국내에 있는 상태에서 중복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업체가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을 쏟아 신기술을 개발하면 다른 경쟁업체에서 즉각 이와 동일한 외국기술을 들여와 신기술을 자체개발한 기업이 누려야할 기술개발 이익이 경쟁업체의 외국기술 도입대가로 외국에 유출되는 결과를 빚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국내 제조업계의 마구잡이식 기술도입 풍조로 외화낭비는 물론 국내업계의 기술개발 의욕까지 잃게 만들어 기술의 해외종속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부와 산업은행은 24일 80∼90년 도입된 3천4건의 기술중 조사에 응한 8백21개 기업의 기술도입 1천5백65건의 내용을 분석,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년동안 도입한 기술 가운데 74%는 도입당시 개발된지 이미 5년이상 경과된 낡은 기술이었으며 개발후 3년이내인 신기술은 8%에 불과했다.나머지 18%도 개발된지 3∼5년이 지난 것이었다.

기술의 수명은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최근들어 기술개발 속도가 매우 빨라짐에 따라 대체로 3∼5년으로 짧아지는 추세다.

업종별로는 기계부문이 전체 기술도입건수 4백17건의 83%가 개발후 5∼20년이 지난 노후기술이었다.

기술도입의 내용이 가장 건실한 것으로 나타난 전자부문의 경우도 개발후 3년이내인 신기술은 18%에 불과한 반면 전체 2백52건의 절반이 넘는 56%는 개발후 5∼20년이 경과한 것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개발된지 5∼10년이 지난 기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은 이미 새 기술이 개발돼 실용화되기 때문에 매출액이 급격히 떨어지는 쇠퇴기를 맞게된다.

국내제조업체들의 이같은 노후기술 도입은 국내시장에서는 경쟁력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주요 해외시장에서는 앞선 기술을 이용한 제품에 밀려 수출산업의 경쟁력 향상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있다.

기술도입 당시 그 기술과 같거나 유사한 기술이 국내에 이미 있었던 경우는 55%나 됐으며 전혀 없었던 경우는 41%였다.

중복도입의 이유로는 ▲보다 개량·발전된 기술이라는 응답이 46% ▲국내기술보유기업과의 경쟁관계 때문이 21% ▲국내기술의 신뢰성 부족 때문이라는 응답이 12%였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는 대신 기술도입을 택한 이유로는 전체의 35%가 자체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반면 자체개발이 가능하지만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성공여부도 불투명하고 만약 실패하는 경우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연구개발투자액 대비 기술도입금액으로 표시되는 해외기술의존도는 지난 88년 19.7%에서 89년에는 22.3%로 대폭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89년 우리나라의 해외기술의존도는 미국의 1.6%에 비해 14배나 높고 일본(6.6%)과 독일(6.2%)보다는 4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기술도입이 시작된 62년이래 지난해말까지 기술도입대가로 모두 49억2천5백50만달러를 외국에 지불했으며 지난 88년에는 6억7천6백30만달러,89년 8억8천8백60만달러,90년에는 10억8천7백만달러를 지출해 연평균 25%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염주영기자>
1991-09-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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