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를 아름답게 보자(사설)

작은 차를 아름답게 보자(사설)

입력 1991-08-20 00:00
수정 199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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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자리에는 부부,뒤에는 노모와 어린이를 태운 작디 작은 자동차가 요즘 많이 눈에 들어온다. 짜증나는 자동차 홍수속에서도 이 작은 차 만큼은 결코 밉게 보이질 않는다.작은 공간속에 배어있는 한 가정의 행복과 화목이 목도돼서만 아니고 요즘의 세태속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소시민의 땀을 보는 것 같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지탄을 받고 있고 시급히 시정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 과소비다. 그 과소비의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가 자동차(승용차)가 아닐까 싶다.단순한 자동차의 증가가 아니라 자동차의 덩치가 커져만 간다는 데서 과소비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는 크기경쟁을 하고 있고 그 크기로 자신의 신분을 장식하고 있다.어느새 사회인식과 의식마저 과소비라는 하구로 채워져 버렸다.

자동차의 증가가 소득향상에 따른 사회적 추세라는 자연적 현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자동차 크기의 경쟁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단면을 보는것 같다.

지금 우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실속없는 허영의 경쟁이아니라분수에 맞는 작은 것을 아름답게 여기는 풍토의 조성이다.

자기것 보다 작은 차라고 해서 코웃음 친다거나 호텔의 종업원이 번쩍거리는 대형승용차의 문은 친절하게 열어 주면서 소형차더러는 비켜나라고 호통치는 풍토에서는 낭비와 과소비의 온상은 그대로 잔존할 수밖에 없다.

최근들어 많지는 않으나 작은 차가 눈에 띄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고 작은 차의 주문이 밀려 있다고 한다.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유럽이나 일본 등지를 여행해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느끼는 것이 있다.그 나라의 승용차가 작다는 것이다.일본은 8백㏄미만의 경차가 1천5백만대나 된다.전체승용차의 30%다.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 비율이 40∼50%나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몇%도 안되고 있는 것은 작은 승용차의 개발이 늦었다는 산업정책적 이유도 있으나 그 보다는 큰 것만을 선호하는 소비자의식이 더 큰 것이 아닌가 본다.자동차뿐 아니라 냉장고·TV 등도 대형화추세를 걷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가전제품과 다른 것은 길거리를 누비면서 남에게 과소비를 전파시킨다는속성 때문이다.정부나 사회단체가 과소비를 줄이자고 목청껏 외치고 있으나 다른 무엇보다도 자동차크기의 과소비를 줄이는 것이야 말로 가장 효과있는 과소비추방운동이 될 것이다.작은 차는 기름이 덜들고 주차면적이 적어도 되고 하는 경제논리에서가 아니라 근검절약이라는 소비의식의 개조를 위해서 작은 차를 예찬하는 것이다.큰 자동차의 공간은 넓다.그렇더라도 그 공간 만큼 행복과 근면이 차 있다고는 보질 않는다.오히려 투기와 허영과 부도덕이 자동차공간을 메우고 있을 수도 있다.작은 차는 아름답다는 의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1991-08-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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