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43일만에 평온 회복/「국민회의」 철수의 안팎

명동성당 43일만에 평온 회복/「국민회의」 철수의 안팎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1991-06-30 00:00
수정 199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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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노선 염증” 여론에 점거명분 잃어/“다신 재야피난처 안 돼야” 선례 남긴 셈

42일째 농성을 벌이던 「전민련」 인권위원장 서준식씨와 「국민회의」 간부 등 4명이 29일 경찰에 모두 검거됨으로써 대치상황이 계속되던 서울 명동성당이 「성소」로서 평온을 되찾게 됐다.

지난 24일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국무회의」 상임대표 한상렬씨 등 3명이 「자진출두」 「병원치료」 형식으로 경찰에 검거된 데 이어 잔류해 있던 나머지 수배자들과 농성자들이 모두 성당에서 떠남에 따라 공권력 투입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온 명동성당 사태는 평화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그 동안 당국과 성당측,그리고 농성자들은 「성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공권력 투입과 농성해제 및 성당에서의 철수문제를 놓고 끝없는 공방을 벌여왔다.

검찰과 경찰은 『구속영장이 이미 나와 있는 범법자들과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성당측에 강조하면서 수배자들을 검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을 양해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성당측이 『강제연행을 위한 어떠한 형태의 공권력 투입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당국은 성당 주변에 전경 3천5백여 명을 배치해 두면서도 나름대로 인내해왔다.

성당측은 『교회의 품안에 들어온 사람은 비록 죄인이라도 내쫓지 않는다』는 교회법에 따라 농성자들을 보호해오다 이들이 두 차례나 자진철수 시한을 넘기자 성당에서 나가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성당 주변에 있는 경찰이 철수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명동성당사태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명동성당 사목회 등 가톨릭 신도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고 농성자들이 성당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함에 따라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성당과 신도들의 유·무형의 압력과 성당에 계속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는 점,국민여론만 악화되고 있는 점을 들어 지난 24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성당에서 떠나기로 결정했었다.

실제로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구성됐던 「국민회의」(구 「범국민대책회의」)는 이른바 「5,6월 투쟁」을 조직적으로 이끌면서 분산돼 있던 재야를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 왔었다.

그러나 이들이 민선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강경일변도의 대규모 집회와 시위,「시신투쟁」까지 벌이자 이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은 이들의 호소에 등을 돌렸고 여론은 점점 이들에게 불리하게 되어갔다. 게다가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대필 공방과 한국외국어대학생들이 정원식 국무총리서리를 폭행하는 사건이 터지는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재야와 운동권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이들은 점차 수세에 몰리기에 이르렀다.

또한 광역의회의원선거에서 야권이 참패하는 결과를 빚자 운동권 내부에서조차 『명동성당에서의 장기농성으로 투쟁역량이 흐트러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성당에서의 철수가 명목상으로는 「상반기투쟁을 마감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잘못된 운동노선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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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명동성당이 「성소」로서 지켜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만큼 더 이상 재야·운동권의 피난처로 활용될 수 없다는 새로운 선례를 남긴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황성기 기자>
1991-06-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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