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후버연구소 연설(요지)

노 대통령 후버연구소 연설(요지)

입력 1991-06-30 00:00
수정 199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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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해 공동노력/한국은 민주주의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

오늘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온 수많은 석학과 지도자를 배출한 스탠퍼드대학을 방문하고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에 빛나는 이곳 후버연구소에서 미국의 각계 지도자와 친구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은 큰 기쁨입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인류는 지금 새로운 혁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립과 유혈의 혁명이 아니라 평화를 가져오는 혁명입니다.

동중부유럽으로부터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행복의 희생을 강요해온 체제는 잇따라 붕괴되었습니다.

자유와 행복을 향한 인간의 열망은 한 국가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초강대국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노력으로 대결로부터 협력으로 그 관계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미래는 인류가 그 속에 항구적인 평화를 누리며 자유롭고 행복스럽게 살 새로운 질서를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모습으로 그것을 구체화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세기는 태평양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많은 석학들의 예언이 있어왔습니다. 이를 상기할 필요도 없이 미래의 세계는 새로운 태평양에 의해 그 운명이 좌우될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각료회의(APEC)에 참가하고 있는 12개 국가에서만 유럽공동체의 2배가 넘는 세계 총생산의 50%가 창출되고 세계 교역의 40%가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전후 이 세계의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이 지역 국가간에는 냉전시대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활발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강택민 총서기의 모스크바방문이 말하는 중소 관계,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본방문이 말하는 일소 관계와 특히 북방정책의 성공에 따른 한소 관계의 진전 등이 그것입니다.

북한도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과 수교교섭을 벌이고 있으며 그들의 완강한 태도를 전환하여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소련·중국은 물론 몽고·베트남·북한에 이르는 사회주의경제국가들은 번영을 구가하는 태평양국가와의 교역,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장경제국가와의 협력체제 안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기의 세계를 눈앞에 보며 나는 태평양시대를 향한 협력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큰 방향으로 진전되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아시아태평양지역에도 냉전체제의 대결을 종식하고 안정의 확고한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아시아태평양의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국가로서 그 역할을 감소할 경우 그 공백은 불안으로 메워질 것이며 그것은 또다른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긴장은 이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는 핵심적 요인이 되어왔습니다. 아시아태평양의 협력증진을 위해서도 한반도의 냉전종식이 가속화되어야 합니다.

둘째 아시아태평양의 번영이 개방을 통한 교역과 경제협력의 증대를 통해 지속되도록 해야 합니다.

시장을 제공하는 것이 미국이나 특정한 나라만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역내국가들이 그들의 발전단계와 경제력에 상응하여 서로의 시장을 개방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민족과 문화는 물론 경제구조와 발전단계가 서로 다른 이 지역 국가의 다양성을 조화하고 융합하는 협력을 촉진해나가야 합니다.

나는 이를 위해 모든 나라가 합치된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지역 경제의 활력과 협력증대의 추세에 비추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남북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세계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넷째 이제는 아시아태평양의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협력의 틀을 진전시켜나가야 합니다.

그들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을 포괄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지역을 분할하는 소지역권의 형성은 보호무역 추세를 강화하거나 대립과 마찰의 소지를 넓힐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맥락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각료회의(APEC)가 이 지역에서 공동번영을 실현하는 훌륭한 모체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강대국도,번영을 누리는 선진국도아닌 한국이 이 새로운 시대를 이루기 위해 어떤 기여를 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우리는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나는 한국이 겪어온 독특한 역사적 경험과 그 속에서 이룬 성취가 한국으로 하여금 변화하는 세계에서 참으로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남북문제에 있어 한국은 최빈국의 단계에서 불과 한 세대의 기간에 역동적인 신흥산업국가를 이룩함으로써 가난한 개도국도 노력하면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는 모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후 부흥을 이룩한 독일·일본과 달리 전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으며 그나마 모든 것은 한국전쟁의 불길 속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세계가 서울올림픽을 통해 본 것은 전쟁이 몰고온 허기진 어린이와 피란민의 긴 행렬이 아니라 활력에 넘친 새로운 나라였습니다.

우리들의 성취는 더욱이 나라의 분단과 그로 인한 과중한 국방비의 부담 위에서 이룬 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결코 우리의 것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우리의 이웃과 모든 개도국과 폭넓게 나누어 공동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우리의 정치·경제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에 바탕한 북방정책은 한국 외교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 남북한 관계의 개선과 동북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는 9월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이 한반도의 오랜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긍정적 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정책으로 태평양과 북방대륙을 잇는 길은 더욱 넓게 열렸으며 이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신선한 숨결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나의 6·29선언 이래 한국은 지난 4년간 인권과 자유언론·자유선거와 삼권분립,다원적 민주주의의 이 모든 원칙을 실현하는 민주화를 급속히 진전시켜왔습니다.

이제 굳건한 국민적 합의의 바탕 위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두 차례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가 실시됨으로써 민주주의가 온전한 제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전후 독립을 쟁취한 나라로서 한국과 같이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는 이지상에 드물 것입니다.

한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언제나 미국이 곁에 있었다는 것을 한국국민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두 나라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하며 서로에 도움을 주는 긴밀한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나갈 것입니다. 우리 두 나라의 동반자관계는 평화로운 하나의 세계와 번영하는 태평양시대를 이루어나가는 데 중추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세계는 자유 속에 새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공동의 이상을 나누는 우리 두 나라는 이제까지 살아온 세계로부터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세계로 함께 전진할 것입니다.
1991-06-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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