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새시대의 구도 확고히/노 대통령의 방미·가 등정에 부쳐

아태 새시대의 구도 확고히/노 대통령의 방미·가 등정에 부쳐

정종욱 기자 기자
입력 1991-06-29 00:00
수정 1991-06-2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비핵적 안보협력」 구체화 기대

오늘 노태우 대통령이 미국과 캐나다의 공식방문 길에 오른다. 이번 방문은 비록 정상간에 긴급히 다루어야 할 현안문제들이 없고 극적인 합의문의 발표 같은 것이 예상되지 않는다 하더라도,최근의 세계와 한반도 주변에서 일고 있는 엄청난 변화에 비추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동안 한미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긴장과 갈등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북방외교의 추진과 한소수교는 물론이거니와 한중관계,미·북한관계,그리고 일·북한수교교섭 등 일련의 사태들이 한반도 역학 관계의 기본구도를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마찰과 시장개방 등의 쌍무적 문제들도 두 나라 관계에서 긴장과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7월2일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 관계의 갈등과 긴장을 해소하는 구체적 의제들이 논의되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냉전시대가 물러나고 새로운 국제정치질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를 바라보면서 한미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 라는 보다근본적이며 철학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탈냉전의 오늘의 시각에서 볼 때 한미관계가 새로운 바탕 위에 위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의 국제적 지위도 세계의 12대 교역국으로 부상했으며 미국 역시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라 세계전략과 아시아 정책을 수정하고 있는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스스로도 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기본노선의 변화를 전제한 예비적 조치들을 가시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조선이라는,남북한 관계개선을 가로 막아온 최대의 걸림돌이 사실상 제거되고 있으며 오랜 진통 끝에 유엔가입을 결정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남북관계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짙어졌다.

이렇게 볼 때 한미정상회담은 한반도 주변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정착되는 과정에서 두 나라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지상에 보도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간의 정치관계개선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은 북한의 대외정책과 대남전략이 그 숱한 허구와 위선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에 관해서는 그것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 아래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동노력의 구체적 내용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두 정상은 미국의 대한반도 핵정책에 관래서도 보다 진보적 조치들을 검토해야 한다. 핵무기의 존재를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미국정부의 입장은 이미 비현실적이며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정상들은 핵의 존재가 전제되지 않는 안보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특히 핵무기 철수를 둘러싸고 한국정부를 제쳐놓은 채 미국과 북한이 비밀접촉을 벌이는 사태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한미안보협력이 비핵적 수단에 의존할 수도 있다는 구상이 한국측의 주도에 따라 한미간에 합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간에 정치적 신뢰가 조성되고 군비통제를 통해 군사긴장을 줄이는 평화정착의 청사진에 대한 합의도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각별한 우호선린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특수관계를 갖고 있다. 단순한 안보차원을 넘어 정치·사회·문화의 각 분야에 걸쳐 비슷한 이상을 추구하는 가치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이같은 특수관계는 탈냉전의 시대에서도 더욱 더 그 중요성이 제고될 것이다. 과거의 질서가 깨어지고 새로운 질서가 채 정착되지 못한 오늘의 전환기적 성격 때문에 한미관계가 갖는 중요성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원화시대를 맞아 한반도에서 냉전의 벽을 허물고 동북아의 주역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역시 한미관계가 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이제 한반도와 동북아의 차원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나아가서 세계무대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요한 책임을 지니게 되었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도 아태지역국가로서 이 지역의 미래에 깊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들 3개국이 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고 단합하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탈냉전의 혼란과 불확실이 제거되고 새 질서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국가원수의 국빈방문 형식으로는 26년 만에 처음인 노 대통령의 방미와 캐나다 방문이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한반도와 아태지역에서 새로운 시대를 개막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정종욱 서울대 교수>
1991-06-29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