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열어준 금융시장(사설)

미국에 열어준 금융시장(사설)

입력 1991-05-26 00:00
수정 1991-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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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간 금융회의는 그 협의결과 못지않게 협의절차가 개운치 않다. 이번 금융협상에서 그동안 미국측이 끈질기게 요구해온 사항들은 우리측이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협상이 제3국에서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미간 통상마찰로 인해 지난번 개각에서 상공부 장관이 경질된 후 두 나라간 협상의 경우 우리측 전략이 양보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에서 미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고 금융시장 개방과 관련된 금리 자유화 문제도 미측의 요구에 의해 그 작업이 급속도로 진척되고 있는 것 같다.

한미간 금융협의는 당초 지난 15∼16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미측의 사정에 의해 연기되었다. 우리측의 사정에 의해 연기되지 않은 이상 미측이 회담일정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외교면에서 의연하고 떳떳한 자세라 하겠다. 그런데도 재무부는 미일간 구조조정회의가 열리고 있는 기간을 이용하여 미측과 비공식 접촉을 했고 협상결과도 일방적인 양보로 끝냈다.

말로만 한미간 금융협의이지 실제로는 미측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견전달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합의내용이 전적으로 미측이 요구해 왔던 것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합의내용 가운데 외국은행의 국내전산망 가입허용은 국내은행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하여 재무부는 그동안까지는 양국 금융기관끼리 협의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여 왔었다.

재무부는 이번 협의에서 이를 허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은행의 복수지점 설치 허용,원화자금 조달 규제완화,자본금상한제 폐지,외화대출 대상확대,정기예금증서증액,투신사 사무소 설치허용 등 대폭적인 양보를 했다. 이들 조치의 경우 일부는 국내에서 공식적인 발표조치도 없이 이미 단행됐음이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당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미 의회가 입법을 추진중인 금융보복법안(리글법)에 의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현안문제를 타결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국내 금융계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노태우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재무부가 서둘러서 대폭 양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이 그렇다면 금융시장이 외교적 이유로 인해 희생되어 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최근에 재무부가 금리자유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인체의 혈액과 심장이나 다름이 없는 금융시장을 개방하면서 사전 대응전략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물가가 불안하고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외압에 의해 자유화를 추진하는 졸속행정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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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5-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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