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한풀이 「모의국회」/진경호 사회부기자(현장)

노인들의 한풀이 「모의국회」/진경호 사회부기자(현장)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1-04-02 00:00
수정 199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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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당한 설움 목청높여 정부 성토

『4차선 도로 옆에 노인정이 웬말입니까? 노인들 보고 소음과 매연에 시달리다 일찍 죽으란 말입니까? 정부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요?』 『옳소』

박병윤 할아버지(79)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노인정을 가리키며 전시적 효과만을 노린 정부의 졸속행정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1일 하오 1시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15의 66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회장 심철호·50) 지하강당에서는 60∼80대 노인 2백여 명이 모여 「노인모의국회」를 열었다. 열을 올리는 사람은 박 할아버지뿐만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오늘과 같이 잘 살게 된 것이 누구 때문입니까. 우리 노인들이 과거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흘려서 일한 대가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사회보장제도를 보면 노인들은 쏙 빠져 있어요』

「사랑의 전화」가 정한 매월 1일 「노인의 날」을 맞아 열린 이날 모의국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너도나도 일어나 나라로부터,이웃으로부터,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설움을 맘껏 토로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5만여 명의 노인들에게 달마다 1만원씩의 노령수당을 지급하는 모양인데 이는 노인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사탕발림일 뿐입니다』

『옳소』 『맞다 맞어』

『어버이날에 정부가 하는 일이 뭐예요. 효자효부 표창하는 것 뿐이예요. 어버이는 제쳐두고 젊은이에게 상주는 날이란 말입니다』 『옳소』

『자녀와 별거한 노인들 절반 이상이 사글세 방에서 생활한답니다. 수십만채의 주택을 새로 짓는다는데 노인용 주택 짓는다는 말 들어봤어요?』 『맞습니다』

박수와 환호 속에서 노인들의 「한풀이」는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이날 행사에는 그러나 정작 이들의 질의에 답해야 할 정부측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해 가졌던 행사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 모씨(65) 등 지역 구의회의원 3명이 참석한 것이었다.

『오늘날의 노인문제는 이미 가족의 손을 떠나 국가가 책임져야 할 처지에 있는 만큼 정부는 행사위주의 전시적 행정보다는 양로원 건립,노인주택건설 등 실질적인 노인복지정책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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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4-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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