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와 새싹과…/이재근 논설위원(서울칼럼)

풀뿌리와 새싹과…/이재근 논설위원(서울칼럼)

이재근 기자 기자
입력 1991-03-23 00:00
수정 1991-03-2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에게 근대적 의미의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것은 정부수립 이듬해인 49년 7월 지방자치법의 제정이 시초가 된다.

그러나 정작 그 실시는 국내치안 상태의 불안과 6·25전쟁 등으로 연기되다가 52년에야 기초선거를 통한 지방의회가 구성되게 되었다. 이처럼 가까스로 시작된 지자제도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그나마도 61년 5·16으로 중단되게 된다.

52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돌연 한강이남 지역에 지방의회선거를 실시키로 결정하고 4월25일에는 시·읍·면의회,5월10일엔 도의회의원 선거가 각각 실시돼 그 구성을 보게되었다. 지자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그 실시를 유보했던 정부가 하필이면 피란 수도 부산에서 선거실시를 공포한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민주주의의 학교」를 세워 의회주의 원리를 구현하자는 게 아니라 이승만의 재집권기반을 확보하자는 정략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의도가 그러했으니 그 뿌리가 제대로 내릴 수는 없었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도의회」는 그 무렵 1953년의 얘기다. 남쪽지방이었다. 도의회는 사사건건 도당국과 대립했다. 지방살림을 논의하는 것인지,중앙의 국정과 권력구조에 관해 토론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어느 땐가 도정내용을 추궁하던 의원들은 관계국장과 당해 군수를 부정공무원으로 몰아 파면을 건의했다.

평소 도의회를 탐탁찮게 보아온 도지사는 물론 도청 산하기관들은 도의회의 감사를 거부하고 예산심의 때는 관계국장이 「일부러」현장에 나갔다며 배석하지 않았다. 파면이 건의됐던 간부들은 거꾸로 영전이 되었다. 그것을 빌미로 하여 회의장에 재떨이가 날아다니고 화가 난 한 의원은 부지사의 따귀를 올려붙이기도 했다. 부지사도 지지않고 이 의원을 명예훼손 및 폭행죄로 고발했다. 37년 후 오늘날 우리 국회의 축소판이었다고해도 좋다.

국회가 국정을 심의하고 권력의 개편이나 진퇴를 논의하는 중앙권력기관이라면 지방의회는 주민생활상의 문제를 다루는 봉사·협의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제임스 브라이스가 지방자치제를 놓고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했는데 이는 지역주민들이 중앙에 의해서가 아니라스스로 자기들의 문제를 주민 모두의 의사를 수렴하면서 풀어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자리는 무보수에 명예직이다. 회기중 수당에 해당하는 일비를 받지만 말 그대로 「거마비」에 불과하다. 그렇게 보면 지방의원들은 아무런 혜택이나 대가없이 내고장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동네일꾼일 뿐이다.

그 구성원들이 명예직에 무보수인 만큼 지방의회는 꼭 매일 대낮에 열필요가 없다. 구미제국의 지방의회들은 통상 밤이 이슥해서 열린다. 의원들이 낮에는 생업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직업으로 보면 농민·상인·자유업자에다 전직으로는 공무원·교수·대학총장·은행간부·언론인·국회의원까지 지방의원이 되어 낮에는 자기벌이하고 밤에 지역의사당에 모여 때로 밤새워 고장살림을 의논한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가 유권자의 손으로 직접 선출되고 함께 지역주민을 대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국방·외교·경제 등 국가적인 기본정책과 광범위한 입법·청원·국정감사활동에 나서는데 비해 지방의원은 그 지역주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일을 돌본다.

국회의원보다 전문성은 덜하지만 보다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일들이 바로 지방의원들 몫이다. 그러니까 지방의원은 보다 덜 정치적이지만 보다 더 인간적이고 사교적이어야 한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지방의회의원들은 「정치인」이기보다 「충실한 이웃」이어야 하는 것이다.

지방의회가 중앙무대를 닮겠다고 정치성이나 권력성을 띠려한다면 지방의회 존립의 목적과 의의가 퇴색되고 만다. 정확히 얘기해 지방의원의 역할은 정치적·권력적인 업무수행에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지방의원을 무보수·명예직으로 한 가장 합리적인 명분은 의원직을 생계수단으로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도덕성을 유지토록 하고 그로써 주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하게 하자는 점이다. 그 직무활동과 관련해서는 금전적인 대가보다는 지역민의 신뢰와 존경에 더 큰 가치를 두어 그들로 하여금 지역발전과 주민봉사에 최선을 다하다록 여건을 조성해 주자는 취지이다.

기초단위 지방의회인 시·군·구의회의원 선거가 눈앞에 닥쳤다. 우리가 거듭 이번 지방자치선거의 의미와 선거주체들의 열의와 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혼탁하고 오염되고 불공정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의식과 애정이 제대로 꽃필 수 없기 때문이다.

구태여 풀뿌리라는 표현을 들추지 않더라도 지자제는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는 민주주의 정치를 정착시키는 정초과정이다. 기초가 흔들리면 기둥이 설 수 없고 대들보와 서까래와 기와가 오를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선거주체들 모두가 깊은 관심과 열의를 갖고 반드시 공명선거를 해야 함은 기초가 흔들려 기둥이 무너지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이다.

30년만에 부활되는 지방자치제도이다. 그것은 주민자치권의 회복이자 정치민주화의 시험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더구나 언제나 본말이 바뀌어 있고 실체와 형식이 늘 구겨져 있는 듯한 이 나라 의회민주정치를 회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위해 지방자치시대의 전개는 더없이 소중하다. 역사적 전기이기도 하다.

노연수 서울시의원, 반복되는 심야 소음… 상수도 공사 현장 안전 및 소음관리 매뉴얼 강력 촉구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노연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제340회 정례회 기후환경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상수도관 정비공사 중 잇따르는 심야 소음과 임시포장 도로함몰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며, 서울시 차원의 철저한 현장 관리·감독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최근 노원로 상수도관 정비 현장의 야간 소음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민원과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서울아리수본부의 감사 자료에는 소음저감시설 설치가 끝났다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노원구청이 직접 현장을 점검한 결과 실제로는 전혀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 의원은 “에어 방음벽 등 저감 시설 없이 공사가 강행되는 등 행정 보고와 현장 간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는 서울시내 여러 상수도 공사 현장에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 의원은 임시포장 구간의 도로함몰(싱크홀 위험)을 언급하며 “긴급 조치라도 시민 안전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공사 완료 후 이상 징후에 대한 신속 조치와 점검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서울아리수본부장은 “특별시방서에 소음 방지 대책을 추가·보강하고 감리를 강화하겠다”며 “소음이 심한
thumbnail - 노연수 서울시의원, 반복되는 심야 소음… 상수도 공사 현장 안전 및 소음관리 매뉴얼 강력 촉구

그 토대를 다지기 위하여는 또다시 하늘아래 둘도 없는 지방의회가 아니라 모두가 모범이 될 수 있는 지방의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소중한 민주주의의 학교가 또다시 별 수 없이 지역사회 졸부와 정치건달들의 담화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지역유권자들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1991-03-23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