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라 형호야”/이도운 사회부기자(현장)

“가지마라 형호야”/이도운 사회부기자(현장)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1-03-16 00:00
수정 199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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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오열 유괴범은 아는지…

15일 상오11시 서울 강남병원 영안실에서 유괴된지 44일만에 피살체로 발견된 이형호군(9)의 영결식이 있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의 영정앞에서 목사님은 나즈막히 성경구절을 읽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으리라』 천진스런 개구쟁이 형호군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한 가족과 친지들은 고개를 떨궜다.

영결식이 끝나고 입관을 하기 직전 60세인 할머니는 손자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시신쪽으로 달려들었다.

이를 본 아버지는 할머니의 허리를 껴안고 말렸다. 가족들은 누구랄것도 없이 그렇잖아도 형호가 유괴된 뒤 46차례에 걸친 범인의 협박전화에 시달려 온갖 마음고생을 다해온 터였다.

『그저 무사하기만 해다오』 하는 심정으로 경찰이 형호를 찾아주고 범인도 잡아주기만을 고대했었다.

경찰 또한 사건이 발생한지 40여일이 지나도록 뚜렷한 단서하나 찾아내지 못하긴 했지만 이리뛰고 저리뛰고 나름대로는 무척 애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형호가 숨진 모습으로 발견되자 가족들의 원통함은 극에 달했다.

「숨진 시각이 1주일쯤 지난 것 같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부겸결과가 나오자 가족들의 심사는 더욱 뒤틀리고 말았다.

경찰이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너무 소극적으로 비공개로만 수사,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친것 같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분노는 경찰만을 향한 것은 물론 아니다.

돈때문이든 원한때문이든 한 가정을 이토록 슬프게 만든 범인은 물론 그 범인이 기생할 수 있는 우리 사회환경이 모두 원망스러운 것이다.

이날 아침부터 빈소를 지키다 벽제 화장터로 떠나기 위해 동생의 영정을 들고 영구차에 오른 형 형진군(11)은 입을 굳게 다문 굳은 표정이었지만 그러나 끝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동생과 범인가운데 누가 천국에 오를지를 벌써 알고 있다는 것일까?
1991-03-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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