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먹은 벙어리” 서울시 간부회의/성종수 제2사회부기자(현장)

“꿀먹은 벙어리” 서울시 간부회의/성종수 제2사회부기자(현장)

성종수 기자 기자
입력 1991-03-14 00:00
수정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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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지시」로 일관… 토론 한마디 없어

『이상의 몇가지 지시에 대해 이견이나 의문점 있습니까』

15분남짓 시행정에 대한 지시사항을 거침없는 어조로 전달한 이해원시장은 반대의견을 은근히 기대한듯 간부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

그러나 국장과 구청장들은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평소 「말」 잘하기로 소문난 K국장과 L청장도 이날만은 꿀먹은 벙어리가 된듯했다.

13일 상오9시 서울시청 회의실. 본청 각 국장과 22개 일선구청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주재로 열린 수요정례간부회의의 모습이었다.

이날 회의는 간부회의로서는 시정사상 처음으로 공개리에 진행됐다.

회의실 가장자리 의자에는 20여명의 취재기자 및 시민들이 둘러앉아 모처럼 공개된 회의모습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다.

공개회의의 경험에 익숙치 않아서 였을까,아니면 기자들과 시민들을 의식한 때문일까,회의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뭇 무겁고 딱딱하기만 했다. 이날 회의는 도봉구청장이 미리 인쇄된 회의서류에 적힌 현안업무를 읽어 내려가는 「보고」로시작됐다.

『봄맞이 환경정비기간을 맞아 우리 구는…』(도봉구),『총 23억9천만원을 들여 펌프장을 건립하고…』(동대문구),『청계천주변 노점상 및 불법 주·정차를 뿌리뽑는 등…』(중구).

구청장들의 보고는 하나같이 일사천리였다. 회의도중 궁금한 점을 묻거나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간부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이시장 또한 5개구의 보고를 들은뒤 『보고자료와 설명이 매우 간명하고 효율적이군요』라고 흡족해 하고는 곧바로 「지시사항」으로 이어내려갔다.

『이제부터는 자치정부를 전제로 한 행정관리방식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공직자는 변명에 익숙해서는 안되며 모든 민원처리는 공개적이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이시장은 평소 성향대로 일장훈시(?)를 한뒤 그나마 외부행사에 참석한다며 상오9시40분쯤 회의실을 훌쩍 떠나버렸다.

이어 백상승부시장 주재로 회의는 상오10시20분까지 계속됐으나 딱딱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성철 서울시의원, 동작구 시비 투자사업 간담회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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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의 목적은 구의회 의원선거에 따른 관권개입 의혹을 씻고 공개행정을 통해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시간20분동안 기자와 시민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대화와 토론이 아니라 「보고­지시」라는 공직사회의 「해묵은 관례」뿐이었다.
1991-03-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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