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뉴스전의 영웅” 아네트기자/이창순특파원 암만서 인터뷰

“걸프 뉴스전의 영웅” 아네트기자/이창순특파원 암만서 인터뷰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1-03-10 00:00
수정 1991-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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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곳곳 바리케이드… 검거선풍”/전기·수돗물 끊겨 주민들 40년 전생활/“친후세인”비난 받았으나 역사적 현장 취재에 보람 미CNN TV방송의 피터아네트기자(56)는 9일 요르담의 수도 암만에서 가진 서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지난 1월12일부터 바그다드에 체류하면서 이라크에 동조적인 보도를 했다는 일부 비난을 부인하고 자신은 있는 그대로를 보도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에 혼자남아 생생한 걸프전 보도로 전세계를 흥분시켰던 아네트기자는 그러나 『나는 결코 영웅이 아니며 단지 기자일 뿐』이라고 말하고 바그다드는 암흑의 도시라고 밝혔다. AP종군기자로 월남전에서 맹활약했으며 미군의 월남양민학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바 있는 호주계 미국인인 아네트는 이라크 당국의 서방기자 추방 조치에 따라 바그다드를 떠나긴 했으나 『후회는 없다』고 밝히면서 암만에서 『심신을 재 충전하겠다』고 말했다.

역전의 종군 노장기자답게 다국적군의 공습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네트는 비교적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고 있었다.다음은 지난 2개월동안 걸프전을 취재하다 외국기자로서는 마지막으로 바그다드를 빠져나와 9일 0시30분(현지시간)육로로 암만에 도착한 아네트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바르다드를 떠날 때의 기분은 어떠했나.

▲나는 바그다드를 떠날 준비를 미리 하고 있었다. 나는 요르단에 무사히 도착해 행복하며 「구조」된 느낌이다. 나는 지난 2개월간 열심히 전쟁취재를 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났으며 지금은 쉬고 싶다.

­왜 이라크가 출국령을 내렸다고 생각하는가.

▲이라크에 대한 기사의 초점이 전재에서 국내 소요사태에 맞춰지면서 이라크 관리들이 외국인들에게 더이상 보여줄게 없다고 판단,출국령은 내린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가.

▲지난 2개월간 찬물국 목욕을 하고 냉수만을 먹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 고통스러웠다. 온수는 구경조차 못했다.

-바그다드 상황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가.

▲이라크 상황이 심각한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쟁에 휘말렸던 바그다드는 암흑의 도시이다. 바그다드에는 전기도 없고 수돗물도 없다. 이라크는 30∼4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내가 9일 새벽 요르단에 도착해 보니 거리에는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 있고 주유소가 영업중이었다. 요르단의 밝은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는가.

▲나는 후세인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완전한 통제권의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그러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이라크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후세인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바그다드 거리에는 많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있으며 평상시검문이 없었던 곳에서 10여번의 검문을 받았다. 특수부대가 신분증을 철저히 검사하고 있으며 검거 선풍이 일고 있음이 분명하다.

바그다드는 그러나 시가지가 분주하고 시민들이 쇼핑을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하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영웅이라고 하는데….

▲나는 영웅이 아니다. 단지기자일 뿐이다. 나는 걸프전쟁이라는 대사건의 현장에 있게된 것을 뿐 영웅은 아니다. 기자로서 대사건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것 을 더없는 행복으로 생각한다.

-이라크에 동조적이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얘기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예루살렘에서 1년동안 취재활동을 했을때도 만족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된 미 해병대를 취재했더라도 만족했을 것이다. 나는 바그다드에 특파된 후 나의 일을 마치고 바그다드를 나왔을 뿐이다. 내가 사우디에 특파되었다면 후세인대통령과 이라크 사람들은 나를 다국적군에 동조적 이었다고 말했을지 모르고 암만에 주재했다면 비판자들은 나를 후세인 요르단 국왕과 친한 인사라고 비난했을지도 모른다. 기자들은 취재원과 섞이고 연계되기 마련이다. 나는 후세인대통령을 위해서 편향된 보도를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비판자들이 어떻게 얘기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고 보도해왔다.

-이라크 정부가 강요하는 일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내 임무는 이라크가 원하는 기사를 보도해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발굴한 기사를 보도하는 것이었다. 바그다드 취재는 힘들었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것을 강요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이라크에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1991-03-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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