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에 부는 「노란리본」바람/김호준 주미특파원(오늘의 눈)

미에 부는 「노란리본」바람/김호준 주미특파원(오늘의 눈)

김호준 기자 기자
입력 1991-02-06 00:00
수정 1991-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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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이 미국을 덮고 있다. 우편함에 꽂힌 노란 리본,자동차 안테나에 매달린 노란 리본,가로수와 전주에 감긴 노란 리본,라스베이가스의 네온사인을 수놓은 노란 리본….

가느다란 이 노란 리본들은 겨울 바람에 펄럭이며 미국인들에게 걸프전쟁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과거엔 없던 미국의 새로운 전시 풍속도다.

노란 리본이 상징하는 건 다양하다. 자녀를 전쟁에 내보낸 부모들은 자녀의 무운장구를 빌며 노란 공단으로 현관 기둥에 띠를 두른다. 그런가 하면 반전 시위자들의 옷깃에도 노란 리본은 달려 있다.

노란 리본은 출정 병사들에 대해 애국의 경의를 표하자는 것이다. 그건 전쟁 논쟁으로부터 전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며 또 국민들이 출정 병사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병사들이 알게 하자는 취지도 함축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노란 리본을 애국적인 것으로 보지 정치적으로 보질 않는다.

뉴욕 타임스지에 따르면 걸프전쟁을 둘러싸고 많은 미국인들이 감정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도 한가지 일치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 세대의 병사들을 월남전 때처럼 비루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이다. 노란 리번은 그들의 약속어음이다.

월남전 참전 재향군인들은 오렌지색 리번을 달고 있다. 월남전 당시 고엽제로 살포됐던 에이전트 오렌지의 피해를 상기시키고 걸프에서 화학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자는 뜻이다.

미국에서 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는 캠페인은 1980년 이란의 미국인 인질 억류사태때 한 인질 부인에 의해 시작됐다. 인질들에 대한 미국의 국민적 관심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1973년에 나온 한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미국인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걸프전쟁을 거실에 앉아서 스낵을 오물거리며 지켜보고 있다. 이 전쟁에 동원된 무기는 옛날의 창·칼이나 쇠뇌와는 그 위력이 엄청나게 다른 것이다.

그러나 군인들의 지치고 겁에 질린 얼굴은 3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다. 집에 남아 있는 일반 미국인들의 심경도 다를게 없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신의 사자를 무서워 한다. 그래서 신과의 인상적인 계약을 통해 사자가 오는 것을 미리 막으려고 한다. 노란 리본은 그런 인간의 탄원과 기도,그리고 바람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으면서도 경박하지가 않다.
1991-02-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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