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인 인식과 합의의 기반을/국회가 열리면 해야할 일들(사설)

국민적인 인식과 합의의 기반을/국회가 열리면 해야할 일들(사설)

입력 1991-01-21 00:00
수정 1991-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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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쟁 사태를 논의하고 대책을 협의하며 우리 마음 가짐을 다지기 위해 국회가 문을 연다. 지난해 여름이래 줄기차게 등원을 거부해오던 소수야당 민주당도 엉겁결에 무조건 등원하겠다고 했다.

하기야 걸프전쟁이 아니더라도 국회는 진작 열려야 했다. 세계가 전쟁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는 걸프전쟁의 불꽃을 숨죽여 지켜보면서 이 지상의 평화가 얼마나 어려우며 전쟁은 어느 한 사람이 원한다 하더라도 쉽게,그리고 불가피하게 터지고 만다는 사실에 전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 어느 때인가. 안팎의 위기상황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밖으로는 비록 중동 일각의 전화이지만 「다국적군」이 의미하듯 이는 흡사 세계전 양상이다. 안으로는 정치·경제·사회 어느분야 하나라도 바람직한 상황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회가 이제 더이상 한가하게 문을 닫아 걸고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확전으로 치닫는 걸프전쟁터에 우리 의료지원단이 파견되고 있다. 우선 급하니까 예정을 앞당겨 출발한다고 하지만 이미선발대는 떠난 바 있다. 그쪽의 우리 교민들도 계속 귀국하고 있다. 아직 소규모의 의료지원단이지만 어떻든 해외파병이니까 국회가 이를 동의해야 한다. 전장에의 파견이니 만큼 세계 평화와 국익의 차원에서 당당하게 동의하고 격려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적 합의의 광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걸프전쟁의 추이에 따라 국회는 필요한 경우 의료단파견동의 이상의 조처와 결의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소관 상임위별 보고와 토의로서는 충분하지 않다. 항상 문을 열어놓고 비상한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걸프전쟁 사태와 관련해서 국회가 할 일은 더 있다. 그 전쟁의 명분과 본질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이해를 높이고 어떠한 행동에 따른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차원의 결연한 자세를 내외에 천명하는 결의안 형식의 행동방안도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라 안팎에서 전개되고 있는 비정상과 불안의 위기상황은 우리에게 역시 비상한 각오와 대처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전쟁은 비극이지만 왜전쟁을 할 수밖에 없느냐,그리고 왜 우리가 거기에 참여해야 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극히 비생산적인 일이다.

고금의 어느 전쟁이건 명분과 논리가 따른다. 걸프전쟁의 명분과 논리는 바로 인간의 자유와 인권의 존중,그리고 세계의 평화이다. 인간의 자유와 인권,세계평화를 위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를 부시 미 대통령은 「새로운 세계질서의 형성의 기회」로써 설명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것이다.

밖의 전쟁,안의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우리는 역사적으로 체험해온 바 있다. 결코 순탄할 수만은 없었던 우리의 과거가 위기극복의 지혜와 인내를 갖게해 줬다고 해도 좋다. 국방안보 측면에서는 자칫 북의 도발우려가 있음을 감안,전군적인 경계작전 태세가 강화되고 있다. 국가안전 보장회의가 소집됐고 사회 전부문에 걸친 절약 자제의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이 모든 우리의 자세와 노력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지혜이며 행동일 것이다. 여기에다 우리는 우리 정치권의 비상한 선도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걸프전쟁은 예고된 전쟁이었다. 또 수륙만리 떨어진데서 벌어진 전쟁이지만 그것은 결코 우리에게 강건너 불이 아니다. 그 전쟁에 우리 의료진이 참여하고 전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물적·인적 참여 이외에 중동지역 그 자체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지역이다. 현대의 불이라는 원유의 대부분을 우리는 중동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지난 70∼80년대 눈부셨던 우리 개발경제의 큰 몫을 중동이 담당했던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전통적인 맹방인 미국이 전쟁 당사국의 주축이 되고 있다. 우리로선 전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걸프전쟁은 이 긴장완화와 평화추구의 시대에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열화로서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전쟁으로 세계가 다시 냉전체제나 대결태세로 복귀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또 군사력이 지배하는 세계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도 않는다. 그럴수록 전쟁은 빨리 끝나야 하고 중동은 평화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이 안팎의 어려움을 헤치고 극복하는데이제 국회와 정치권이 앞장설 때가 되었다.
1991-0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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