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장애인의 아버지」 양복규씨(밝은 삶을 산다:5)

전주 「장애인의 아버지」 양복규씨(밝은 삶을 산다:5)

임송학 기자 기자
입력 1991-01-13 00:00
수정 199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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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딛고 장애자 뒷바라지/5살때 불구… 독학으로 한약방 개업/고등학교·복지회관 세워 재활 부축/“아파트·체육관등 「장애자타운」 건설이 꿈”

『새해에도 용기를 잃지말고 떳떳이 살아갑시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6시.

전북 전주시 효자동 천잠산 기슭의 전북 장애자복지회관과 동암재활원에는 매일 아침 신체장애자들에게 삶의 용기와 의지를 일깨우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소아마비로 두발을 모두 쓸 수 없어 운전기사의 등에 업혀다니면서도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앞장서고 있는 전북 2만 장애인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양복규씨(53)의 하루는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의사로 도내 굴지의 고등학교를 설립,「인내와 집념으로 기적을 이룬 장애인」으로 불리는 양씨는 30년째 장애인을 위한 일이라면 헌신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몸이 아픈 장애인에게는 의약품을 제공하고,배우고 싶어하는 장애인에게는 학비를 대주며,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일자리도 마련해 주고 있다.

양씨가 이처럼 장애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것은 자신이 50평생 장애인으로 남다르게 많은 고난을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산간오지인 전북 순창군 동계면 관전부락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3형제중 막둥이로 태어나 생후 11개월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5살때 불구가 된 그는 학교문 앞에도 가보지 못하고 독학으로 한글과 한자공부를 했다. 품삯일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화장실 출입도 어려운 몸으로 혼자 명심보감을 뗀 그는 17세때부터 고향과 전주시내 한약방을 전전하며 약초 써는 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한의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남달리 집념이 강한 양씨는 68년 한약방 개업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10여년간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채 『떳떳한 사회인이 돼 봉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했다.

푼푼히 모은 돈으로 현재 중앙국교앞에 동아당 한약방을 세우자 「진맥을 잘한다」는 소문이 나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줄을 이어 찾아들면서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장애인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기로 마음 먹고 전주시 효자동 일대에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80년 30학급 규모의 동암고등학교를 설립하게 됐고 이어 88년에는 시가 30억원을 호가하는 6천5백평의 전북 장애자복지회관 부지를 희사했고 동암장애자재활원과 보호시설을 설립,2백여명의 장애자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사람은 자신의 처지가 불행하든 행복하든 분수를 알고 열심히 살아야 사회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일평생을 고생하면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온 양씨는 『최근 우리 사회가 자기 목소리만을 크게 하다보니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서 『동암고 부근에 장애자 전용체육관,아파트,초중고교 등 장애자타운을 건설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활짝 웃었다.<전주=임송학기자>
1991-01-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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