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협상원칙부터 배우라(사설)

북한은 협상원칙부터 배우라(사설)

입력 1990-12-14 00:00
수정 1990-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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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는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남북한 관계개선은 오늘의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민족의 지상과제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남북한의 모든 민족구성원은 이 엄숙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 갈라진 민족의 상처를 씻고 대결의 과거를 청산하며 공존공영하는 민족국가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분단상태 이대로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운가.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남북 관계개선의 장애요인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를 우리 모두들 깊은 반성 위에서 대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다. 남북고위급 제3차 서울회담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서울과 평양의 1·2차회담을 통해 남북한의 기본입장과 접근방법이 선명해졌던만큼 이번 회담은 무언가 기본적인 합의점을 찾으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우리측 강영훈 총리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표현했듯이 「초불삼득」이라니 과연 그랬구나 하는 단 하나의 합의점이라도 제시됐더라면 실망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기본 입장은 물론이거니와 북한측도 여러 번 천명한 바 남과 북은 이제 어떠한 전쟁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라도 먼저 전쟁을 걸어오지 않는 것으로 전쟁은 회피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행동이 말이나 선언보다 앞서야 한다.

정확히 말해 「불가침선언」이란 그야말로 선언이고 성명이다. 행동이 앞서지 않는 한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선언적 조치 또는 성명적 다짐일 뿐이다. 전쟁을 방지하고 「불가침」을 실현하기 위해 정말로 긴요한 것은 군비의 증강과 공격적 배치를 중지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군비감축,군훈련의 상호공개 참관,상호 군사정보 교환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측으로서는 휴전선에 전진배치된 전력의 후방배치를 단행해야 할 것이고 핵개발의 중지,핵안전협정 가입 등의 행동을 보여야 한다.

또한 「불가침」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적어도 주변국의 보장,유엔 동시가입을 통한 정권적 실체확립,국제사회의 보장 등 국제적 담보가 따라야 한다. 선언채택이 「불가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의 대화에서 북한이 지켜야 할 원칙은 또 있다. 즉 대화의 상대성 원칙이다. 대화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다. 북한측은 이번 회담기간 동안 남북한회담 관례와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어기고 그들 기자들의 「취재행동」을 빌려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방자한 자세들을 보였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협상과 토의의 본질을 알지 못하고 궤도를 벗어난 행위는 무지의 소치일 것이다. 남북문제에 접근하는 북한측 자세의 근본적인 변화와 아울러 사과가 있어야 한다.

남북한 당국자들은 내년 2월 평양에서 다시 만난다. 4차회담 일정 합의만의 이번 회담결과에 아쉬움을 가지면서도 다시 평양에의 기대를 갖게 된다. 민족의 화해·교류와 협력을 위한 당국간 회담이 연면히 이어진다는 사실은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화와 교류의 축적이며 그것을 토대로 상호신뢰의 기반은 구축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1990-12-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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