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꺼져가는 개방」재점화시도/이붕“경제개혁 급속추진”선언의 저변

중국「꺼져가는 개방」재점화시도/이붕“경제개혁 급속추진”선언의 저변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0-10-26 00:00
수정 1990-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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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지향등 등소평입김 반영/「통제」 부르짖던 보수파서 일보후퇴/“외자도입 늘리려 서방불안감 씻기” 풀이도

중국 지도층 가운데 강경보수세력을 대표하며 중앙통제식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주창해오던 이붕총리가 『중국은 앞으로 급속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24일 강조,놀라움과 함께 갖가지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총리의 경우 종전까지 개방ㆍ개혁을 비난해 오던 강경보수파의 선봉격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날 스위스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세계경제논단」이 북경에서 주최한 회의에서 그가 행한 이같은 연설내용은 서방경제인등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총리는 개혁과 함께 물가도 비록 정부가 상한선을 두어 통제할 방침이기는 하지만 전체 대상품목중 3분의 2를 시장 자율조정기능에 맡겨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민간부문경제를 확대해 나갈 것임을 덧붙였다.

그의 발언이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는 또다른 이유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8차 5개년계획(91∼95년)을 포함한 앞으로의 경제정책을놓고 보수파와 개혁파 사이의 논쟁과 이에 따른 지도층의 암투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진운 중앙고문위 주임을 정점으로 이붕ㆍ요의림 부총리 등 강경보수파들은 개혁정책이 중국사회의 변화와 불안정을 심화시켰고 천안문사태도 이러한 정책의 가속화로 빚어진 것으로 매도했었다.

또 지난달 초 국무원에서 작성발표한 8차 5개년계획 내용도 계획경제와 긴축을 강조한 것이었으며 당시 이총리는 『인민의 빈부격차를 크게 만드는 개혁은 않겠다. 경제특구도 더이상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정부 정책에 대해 광동성ㆍ복건성 등 동남해안지방의 경제특구 책임자들은 강한 반발을 보였으며 호요방ㆍ조자양 등 전 당총서기 실각이후 「신개혁파」를 이루고 있는 강택민 당총서기ㆍ이서환 중앙정치국위원 등도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8차 5개년계획의 운용방향을 다루기 위해 당초 10월말쯤 열릴 예정이었던 제13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전회)도 12월로 연기된 것으로 북경소식통들이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총리가 갑작스레 발상전환의 의지를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가장 신빙성이 있는 것은 등소평의 건재설인 것 같다.

지난 7월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던데다 강경보수파의 공세가 두드러지자 북경 외교소식통들은 개방ㆍ개혁의 총설계사였던 등의 지지기반이 약화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전 등은 이붕이 전해준 8차5개년계획 초안을 『개혁의지가 결핍됐다』며 화를 내고 돌려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지난 20일쯤엔 이총리의 뒤를 이어 국가경제체제 개혁위원회주임이 된 진금화가 당간부회의때 『등소평동지가 개방ㆍ개혁을 서두르라는 말을 했다. 우리 모두가 등동지의 말을 따라야 할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등의 건재가 대외적으로 입증됐다.

소식통들은 노련한 정치경륜을 지닌 등이 그동안 조용히 있었던 것은 반대세력(강경보수파)의 실체와 투쟁방식 등 전력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제부터는 시의에 맞게 반격작전을 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경제개혁위 주임 진은 상해 부시장출신으로 그곳 시장을 지냈던 강총서기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개혁세력의 힘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중국의 개혁이 과연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인가 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이총리가 비록 등을 거스를 수 없어 급속한 개혁을 강조하긴 했지만 86세의 고령인 등이 사망할 경우 현재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지도층내의 보수세력들은 그들의 교조적인 이론과 신념을 다시 표면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이 개혁을 서두르게 된다면 천안문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대부분 철회된 현재 상황으로 미뤄 볼때 원활한 외자ㆍ기술도입 등에 의한 경제성장효과는 빠른 시일안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2년 가까이 실시해온 중앙통제식 긴축시책으로 어느정도 회복한 물가안정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소득격차등에 따 른 사회적 동요와 불안심리가 중국정국을 긴장케 하는 부작용을 파생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홍콩=우홍제특파원>
1990-10-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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