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시장경제의 틀」마련 소련/고르비 경제개혁안 승인의 함축

어정쩡한 「시장경제의 틀」마련 소련/고르비 경제개혁안 승인의 함축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0-10-21 00:00
수정 1990-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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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일정 언급없이 온건ㆍ급진안 “조합”/공화국간 마찰 소지 많아 성패 미지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안안 급진ㆍ온건 절충식 경제개혁안이 19일 최고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소련은 지난 수개월간 계속돼온 경제개혁논쟁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에 통과된 개혁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자산의 대폭 사유화를 바탕으로 시장경제로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한 「샤탈린안」을 골간으로 하고 리슈코프총리가 제시한 온건 개혁안을 군데군데 가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절충을 통해 고르바초프는 초인플레와 실업 등 급진개혁안이 몰고올 각종 부작용과 정치적인 부담,다시 말해 중앙정부의 영향력 감퇴와 개혁에 미온적인 정부조직내 관료세력의 반발 등을 사전에 막아보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급진개혁안이 채택되지 않은데 불만을 품은 옐친 등 급진개혁 세력과의 불화가 새롭게 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공화국측은 이미 공화국의회의 승인을 받은 샤탈린안을 오는 11월1일을 기해 시행에 옮긴다고 선언,이번 절충안에 공식반발하고 나섰다.

「국가경제 안정화와 시장체제 도입을 위한 지침」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개혁안은 샤탈린안과 유사하게 4개 단계를 설정,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시장경제화를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계별 세부일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국가자산의 매각계획이나 각 공화국의 권한 및 가격자유화 품목 대상,자원관리권 등 여러분야에 걸쳐 명확한 규정을 하지 않고 있어 각 공화국과의 마찰 여지를 많이 남겨놓고 있다.

분야별 개혁안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가격=93년까지 국가통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되 빵 육류 낙농제품 의약품 등의 기본소비재는 통제를 계속한다. 그러나 공화국별로 운용에 재량권을 갖는다 ▲국가자산=국가소유 공장ㆍ농장ㆍ주택을 개인 및 단체에 매각한다. ▲기업=원칙적으로 모든 생산활동을 자유화한다 ▲농업=집단농장의 폐지 존속 여부는 집단농장 스스로 결정한다 ▲공화국의 권한=공화국내 경제정책 결정권은 공화국정부가 갖되 교통ㆍ통신ㆍ군수산업ㆍ에너지ㆍ금융ㆍ관세ㆍ천연자원 관리및 일부 서비스품목의 가격은 중앙정부 통제하에 둔다.

이외에 논란이 돼온 부실 국가기업에 대한 보조금지급 문제에 대해서 『몇몇 구제불능의 불량기업은 폐쇄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샤탈린안은 부실 국가기업ㆍ농장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대폭 줄여 대규모 공장 2백개 정도를 폐쇄시킨다고 돼 있었다.

이상과 같이 목표는 시장경제체제로의 이양으로 잡되 전환의 구체적인 시기ㆍ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않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 모호한 공백부분을 최고회의에서 승인해준 대통령 비상조치권을 통해 보완해 나갈 생각인 것 같다. 예산감축,새 은행제도 도입,통화공급 억제 등 개혁안 시행초기부터 이 비상권한이 발동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어떻게 보면 급진 및 온건 개혁안을 둘러싼 논쟁은 개혁안 자체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정치적인 공세의 측면을 강하게 띠고 있는게 사실이다. 옐친등은 시장화를 위해선 연방의 모든 권한을 각 연방공화국에 위임하는 길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못하겠으면 6개월 정도의 시한으로 자신과 연정을 구성하자고 고르바초프측에 제의해 놓고 있다.

고르바초프로서는 몇차례 왔다갔다 했지만 결국 독자노선을 표방하는 급진세력 보다는 리슈코프안을 지지하는 온건세력들과의 제휴가 보다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최고회의 대의원들이 이번 절충안을 압도적으로 승인한 것은 향후 크렘린의 정국풍향과 관련,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앞으로 옐친의 러시아공화국,발트해 3공화국을 비롯,독자노선을 추구하는 연방공화국들과 연방정부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옐친은 러시아공화국 독자적으로 5백일 계획을 밀고 나갈 태세이고 고르바초프는 시장경제를 목표로 하되 여기에 장시간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화국과 연방정부,공화국간의 협조가 원활치 못할 경우 이번 개혁안이 성공하기 힘들 것은 자명하다.

어느 안이 실행에 옮겨지든 인플레와 실업,그리고 소비재의 가격상승에 따른 사재기소동 등 예상되는 혼란을 피하기도 극히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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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소련 내부사정은 이러한부작용에 대한 대안 마련보다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 차원의 공세에 더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다.<이기동기자>
1990-10-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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