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뒷맛” 공휴 논란/이건영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씁쓸한 뒷맛” 공휴 논란/이건영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1990-09-02 00:00
수정 1990-09-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국군의 날ㆍ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될뻔하다 되살아났다. 대통령의 재심지시 한마디로 노동계의 파문은 진정됐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켜보면 정부의 권위,일관성,혼란,무소신 같은 단어들이 중첩돼 생각이 난다. 남북총리회담을 앞두고 예기치않게 시끌벅적했던 공휴일 논란시비가 일단락됐다는 데서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뭔가 뒷맛이 떨떠름한감을 지울 수가 없다.

관련부처의 1년이 넘는 작업끝에 국무회의에서 의결까지 된 사항이 대통령의 재가과정에서 일견 「여론」 수렴의 모양으로 바뀐 것을 놓고 모두들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는 졸속행정ㆍ탁상행정이니 하는 말을 더이상 거론하고픈 생각은 가시고 대신 정부가 이런 식으로 갈팡질팡해서야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 하는 불쾌감이 앞섬을 부인할 수가 없다.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잘된 일이라고 환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그런 것만은 아니란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공휴일 축소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노동계가 지금까지 보여온 행동도 수긍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사안이 한순간에 이런식으로 후퇴할 경우 앞으로 또 무슨일이 재발될까 두렵다.

물론 잘못된 일일 경우 그것을 인정하고 수습하는 절차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렇지만 이번의 경우는 꼭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만도 없는 측면이 상당하다.

정부의 번복이유는 실시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초 그같은 결정을 내렸을 때는 그런 문제점을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노태우 대통령의 지시가 나온 직후 이 작업을 추진했던 총무처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장관은 그런대로 애써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지만 그 밑의 간부들과 일반직원들의 얼굴에는 『그럴리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부권위의 실종에서 오는 허탈감이 엄습해오는 모습들이었다.

공휴일 축소에 대한 해석을 총무처와 달리해 정부 스스로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데 한 몫을 했던 노동부직원들도 승자가 됐으면서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 같다.

이번 공휴일 번복소동에서 제일 큰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일반 국민들이다. 환불소동까지 벌였던 그들이 다시 예매행렬에 끼어들면서 느끼는 바가 「초라함」이라면 과언일까.
1990-09-02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