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플러」노병들 40년만의 재회

「빨간머플러」노병들 40년만의 재회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0-09-01 00:00
수정 199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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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릉기지서 6ㆍ25참전용사 환영회/김정렬 초대 총장등 80여명 첫출격지 집합/「승호리철교」폭파등 무용담 후배들과 나눠

자연스럽게 가슴위에 엊혀졌던 손들이 어느틈엔가 잇따라 거수경례도 바뀌었다.

그리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길지않은 동안 노병들은 40년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31일 상오 공군 강릉기지에서는 김정렬초대공군 참모총장 등 6명의 역대참모총장과 이곳 기지에서 출격했던 왕년의 전투조종사와 정비사ㆍ무장사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ㆍ25참전공군용사초청 환영회」가 열렸다.

강릉기지는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51년 10월1일 미공군에서 독립,한국공군최초의 단독출격을 시작해 휴전때까지 모두 7천8백80회의 출격을 기록,혁혁한 전과를 올린 한국공군의 발상지와도 같은 곳이다.

이날 C­130허큘리스수송기로 서울을 출발,환영식장에 내리던 노병들은 뜻밖의 옛친구들을 만나기도 했다.

노병들은 꽃다발을 건네주는 초로의 여인3명과 40년전의 쑥스러운 미소가 아닌 환한 웃음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51년당시 강릉여고 2년생이던 김미자씨(56ㆍ강릉시청가 정복지과장)는 『전쟁중이라 생화가 없어 흰종이에 물감을 들여 화환을 만든뒤 6㎞나 떨어진 이곳 비행장까지 걸어와 출격하는 조종사들에게 걸어주었다』면서 『출격했던 비행기가운데 돌아오지 않는 비행기가 있는 날에는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화환을 걸어주며 조종사의 눈에서 눈물을 보아야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환영식장에는 최신 예 F­16전투기와 국산 F5F제공호 등 모두 6대의 비행기가 노병들을 위해 전시됐으나 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것은 물론 자신들이 타던 낡은 F51무스탕기였다.

원산이 고향으로 고향집일대를 폭격할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는 손흥준씨(64ㆍ예비역대령)는 『비록 키가작아 방석을 쌓고서야 조종이 가능했지만 51년10월 처음 무스탕을 탔을때의 기분은 정말 좋았다』며 『모든 것이 우리 상황에 맞는 전투기를 우리손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자랑스러운 일』이라면서 전시된 국산제공호를 타보기도 했다.

노병들은 시범비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F­5편대의 후배조종사 어깨를 두드리며 옛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편대장 정석환소령(30)은 백발이 성성하 노선배의 격려를 받고 『선배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밤의 위로연에서 노병들은 미공군이 5백회이상이나 출격했어도 폭파하지 못한 평양 승호리철교를 단3회 출격으로 동강낸 일과 김일성이 금강산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 월비산고지를 폭격해 탈환,전승의 기세를 잡은 일 등 영광의 기억들을 자랑했다. 한 후배조종사는 백발의 선배 노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선배들의 기개는 우리들과 우리들 후배의 가슴속에 영원이 살아있을 것입니다』<강릉=서동철기자>
1990-09-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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