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동률과 국가적 과제(사설)

국민이동률과 국가적 과제(사설)

입력 1990-08-27 00:00
수정 1990-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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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삶은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89년 인구이동 내용분석은 크게 보아 예년과 대차가 없는 계수들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두 측면에서 과연 앞으로 우리의 안정되고 바람직한 안주양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심각한 국가적 과제를 새삼스럽게 생각케 한다.

그 하나는 우선 이동률이다. 지난 한해만도 무려 국민의 22%가 이사를 다녔다. 이것은 1천만명이 떠돌며 생활을 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확실한 생활거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따라서 삶이 부유하고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부유하고 있는 국민들의 삶은 사회 그 전체에도 영향을 주게 마련인데 우리의 이 분량은 누가 보아도 전체 사회의 안정성을 흐트러뜨리게 할 만큼 큰 것이다. 그러니 자연 사회는 한때만 적당히 넘기면 되는 무책임한 질서가 횡행하게 되고 지역간이나 구역간의 인간교류에 의한 문화의 형성도 이루어질 수가 없게 된다. 이 측면은 아직 우리에게서 정책적 관심사조차 되어있지 못하다. 여기에다 사회심리학 전공학자마저 갖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기본적 불안정성은 바로 이 국민이동률에 있음을 이제는 좀더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또하나의 측면은 오직 서울로라는 수도권인구의 극단적 집중화현상이다. 이번 이동률에서도 전국평균은 22%이지만 이중 서울은 28.9%에 이른다. 다른 도시로 나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더 많아서 결국 서울에만 11만명이 늘어났고 수도권으로 따지면 무려 41.5%의 인구가 모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7천3백79명으로 카이로에 이어 세계 제2의 과밀한 도시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것은 결코 즐거운 세계적 지위일 수가 없다. 그러나 더 난감한 것은 이 서울집중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이다.

왜 계속되는 것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서울 인구집중억제책이 명목상으로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실제로 정책의 접근은 서울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25일만 해도 정부는 고급기술인력의 공급확대계획에 관련,첨단분야의 이공계 입학정원 증원을 수도권대학들에 주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까지를 개정하려 했었다. 다행히 이 관련부처 회의에서 건설부의 반대가 주효하여 일단은 정지됐다. 그러나 수도권대학의 졸업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들을 받아들일 기업들이므로 언제 다시 이 주장이 등장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바로 이점이다. 오늘날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단순히 도시의 생활편익 때문만이 아니라는 측면에 우리의 서울 인구집중문제가 놓여 있다. 문화적 여건만도 아니고 사회적 시설만도 아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에 살아야 사람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국민적 의식이고 이 국민적 의식은 바로 서울에 있는 대학졸업생을 만들어달라는 구체적 요구들로 실증이 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우리의 인구이동률과 도시집중률은 시단위나 도단위의 개별정책들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리고 특히 서울에 있어 이미 서울시민이 되었으니 서울시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의 태도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또 한편 억지책에 있어서도 세금같은 것을 더 받아내자는 방법으로 접근해보아야 무의미한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접근은 서울 거주의 사회적 지위만 더 높이는 데 기여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다 확고한 결의속에 공공기관ㆍ학교ㆍ기업들의 대표적 기능과 시설들을 대담하게 지역적으로 분산시키는 큰 청사진을 새로 구상해볼 필요가 있고 이것이 또 현실적으로 시행을 향해서 가야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분권화를 실질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 문화분권화 계획을 가져야 한다. 일본만 해도 하다못해 세계명화 한폭을 사더라도 이를 중앙미술관에 두는 일은 극히 적다. 이 그림 한폭을 지역미술관에 걺으로써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도시인이 지역으로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구석구석의 정책적 세심함까지 고려해야만 우리의 국토적 균형발전은 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서울집중은 눈앞에 있는 농촌공동화현상과도 직결돼 있는 난제이고 또 지자제실시가 단지 명목만이 될수도 있게 하는 암초이기도 하다. 전력을 기울여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적 정주문화의 건실화를 위해 혁명적 정책구상에 나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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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이 있었던 것도 알고 있으나 이 역시 슬그머니 사라진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정부의 장기정책구상을 하고 있는 21세기위원회도 있으나 여기서도 현안의 우선순위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기구가 느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이 과제는 기구를 늘려서라도 해야만 할 일이다.
1990-08-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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