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군축의 본질과 조건(사설)

한반도 군축의 본질과 조건(사설)

입력 1990-08-17 00:00
수정 1990-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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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방안중의 하나로 군비통제 또는 군축에 이르는 다각적인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내에 군비통제기획단등 기구가 설치된 것도 그러하고 무엇보다 근 반세기 가까이 금기로 돼왔던 군축문제를 이제 본격적인 협상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남북한간 군축의 문제는 기실 한반도문제 해결의 본질이며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노태우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거듭 그 정책의지를 분명히했다. 노대통령은 앞으로 한반도문제 해결의 기반이 「상호 군축」이라는 인식아래 남북간의 무력포기 선언과 불가침협정의 체결,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제의했다. 물론 이같은 군축의지는 작금년에 걸쳐 여러 경로를 통해 천명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군축의지와 구체적 방안을 오는 9월초로 예정된 남북 총리급회담등 당국간 회담에서 실질적으로 논의토록 제의하고 있는데서 그 실천의지가 부각되는 것이다.

북한측 역시 작금에 걸쳐 형식면에서는 한반도 군축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키워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지난 5월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제안」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고위군사 당국자간의 직통전화 설치,남북군사공동위 구성 등 종래 우리측 제안에 접근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미군철수및 핵무기문제를 포함한 군사정치문제의 우선 해결을 주장하는 것은 종래와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볼 때 남북한 군축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 시급히 해소해야 할 것은 양쪽의 시각과 입장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군축문제를 남북대화·긴장완화·평화공존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군축을 곧바로 미군철수문제와 연결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이다. 군축에 임하는 성실성과 신뢰를 보이지 않고 한반도 안전과 관련한 인계철선이라고도 할 미군문제를 전제하는 것은 그들이 진정한 군축보다는 아직 전쟁적 해결,즉 무력적화전략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남북한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은 당위이며 이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은 냉엄한 현실정치와 군사측면의 영역이다. 어느 쪽의 군축안 내용이 도덕적으로 보다 우월한 것인지를 경쟁하는 차원이 아니다.

북한은 전부터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휴전협정대신의 평화협정을 맺자고 주장했다. 또 남북한 양쪽 10만이하 감축안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엔 물론 커다란 허구가 도사리고 있다. 군축을 협상하고 실현시켜나가는 양 주체로서의 한국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상대성 배제의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한국보다 월등한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감축하지 않는 한,그리고 공격형 전방배치를 바꾸지 않는 한 10만이하 감축안은 커다란 함정이다.

지금 세계는 중동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긴장완화와 화해추세를 다지고 있다. 그 속에서 남북한만이 냉전지역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한반도 평화구축의 계기를 살리기 위해 북한당국은 과거의 책략을 버리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나와야 한다.
1990-08-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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