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길」 택한 농아자/서동철 사회부기자(현장)

「범죄의 길」 택한 농아자/서동철 사회부기자(현장)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0-08-09 00:00
수정 199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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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따돌림에 끝내 「날치기」로

아버지가 형사의 질문을 수화로 아들에게 옮기고 수화로 되돌아온 대답을 아버지는 다시 형사에게 말로 옮긴다.

8일 상오 서울 서부경찰서 형사계에서는 은행주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2억2천여만원을 날치기한 혐의로 전날 붙잡혀 온 하기진씨(25) 등 농아자 3명에 대한 조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신문을 받는 하씨는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5살때 갑작스런 열병을 앓아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83년 농아학교의 고등부를 졸업하고 농아란 따돌림속에서도 운좋게 대구에 있는 한 공장에 프레스공으로 취직이 됐다. 열심히 일했고 정상인인 아내도 만났다.

지난 86년에는 물론 정상인인 예쁜 딸도 얻었다.

그러나 2식구를 부양하기에 20만원의 월급은 너무 적었다. 하씨는 궁리끝에 지난해 가족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인천에 사글세방을 얻은뒤 고속버스터미널과 지하철ㆍ다방 등을 돌아다니며 볼펜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가는 곳마다 불량배들의 텃새와 놀림으로 수입이 신통치않았다.

그러다 지난5월 남대문 근처의 「농아자 휴게실」에서 이번에 수배된 김모씨(23)와 서모씨(23)를 만났다.

가까운 사이가 된 이들은 정상인들의 냉대에 따른 서로의 생활고를 불평하기 시작했고 결국 오토바이 날치기를 하기로 작정,지난 5월부터 6월사이 3차례의 오토바이 날치기를 했다.

그러나 현찰은 2백만원뿐 나머지 2억여원은 모두 수표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날치기한 수표를 바꿀길이 없어 1백만원짜리 1장을 7만원씩에 바꾸려다 붙잡혔다.

얼마전에도 농아인 유모씨(23)가 오토바이를 타고 4차례에 걸쳐 1천5백여만원을 날치기해오다 경찰에 구속됐었다.

장애자들을 돕자는 운동이 점차 확산돼가고 정부에서도 관심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장애자들을 위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을 이들이 무언으로 항변하고 있는듯 했다.
1990-08-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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