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을때 세계는 온통 핑크빛으로 물드는 듯했다.
냉전체제는 군사적 대결체제였고 경직된 이념적 대결체제였으며 두 초강대국간의 패권주의에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의 사려깊은 학자들은 냉전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을때 국제경찰이 없는 세계를 우려했었다. 반세기 동안이나 질서를 유지해온 거대한 힘이 사라진 세계의 질서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력충돌 가능성 상존
이번 이라크의 쿠웨이트 무력 침공은 이들의 우려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실례라 할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라크의 군사적 폭력은 냉전체제가 채 와해되기도 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직은 모색되고 관망돼야할 시점에서도 폭력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완전 장악하는데는 불과 5시간여가 소요됐을 뿐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아침 이라크의 폭력행위를 비난하고 이라크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 유엔결의안에 따라 이라크군이 즉각 철수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해당사자인 쿠웨이트가 가입돼 있는 GCC(페르시아만 협력협의회)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엄연한 안보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CC가 이라크의 무력침공앞에 어떤 군사적 행동을 취했다는 증거가 없다. 중동의 대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 에미리트(UAE) 오만 카타르 등 6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GCC는 이번 사태에 성명하나 발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어떤 실질적 역할을 할 것 같지 않다.
1주여전 이라크가 군사행동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을때 지중해의 6함대를 동원,UAE와 예정에도 없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이라크 무력시위를 주도했던 미국은 막상 일이 터지자 속수무책이었다.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페르시아만으로 항진 중이고 군사적 제재가능성이 전혀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군사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 불개입 논거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전쟁은 이미 끝나 버렸고 1백만이나 되는 막강한 이라크군과 정면 대결을 벌일 수단을 미국은 현실적으로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성급한 이상론은 금물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현재로서는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스스로 떠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내 이라크자산의 동결,이라크와의 통상거래 중단 정도가 고작이다.
현재로서는 소련의 역할에나 기대해 보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듯싶다. 다행히도 소련은 정부 대변인을 통해 『소련 정부는 이라크군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철수가 페르시아만의 긴장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확신한다』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 이라크에 무기지원을 해온 소련은 군사적 리버레이지를 갖고 있는 나라다.
「역사의 종언」을 썼던 프란시스 후쿠야마(미국 RAND연구소 선임연구원)는 마르크스레니니즘이 완전한 패배로 끝난 역사는 지루하고 평화로운 문화적 사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가 평화롭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평화는 모든 인류가 행복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새로운 과학,새로운 경제적 필요가 인류를 평화롭게 지낼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예언은 아나톨 프랑스의 작가다운 감상이었다.
동서화해시대가 열리며 한껏 부풀었던 후쿠야마의 「문화사회」,아나톨 프랑스의 「신천지」는 과연 도래할 것인가. 이라크사태는 불행히도 핑크빛 미래사회가 결코 가까이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념이 소멸해도 인간의 갈등은 영원히 남으리라는 것은 이념의 대결이 없었던 먼먼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벌써부터 또다른 파시즘이 운위되고 새로운 권위주의의 대두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담 후세인 같은 엉뚱한 「시저」가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화려한 미래사회는 그 기반을도덕과 윤리에 두고 있다는 데 취약점이 있다. 도덕과 윤리는 역사를 움직이는 위대한 힘이지만 파괴자가 나타나면 언제나 무너지고 마는 약점이 있다.
○멀고먼 세계평화의 길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야할 미래사회의 안정된 질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야할 필요성을 이번 사태를 통해 절감한다. 그것은 어려운 작업일테지만 대단히 화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다른 쿠웨이트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경우도 역사를 냉전시대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그렇게 되지도 않기 때문에 새 질서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작업이다.
냉전체제는 군사적 대결체제였고 경직된 이념적 대결체제였으며 두 초강대국간의 패권주의에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의 사려깊은 학자들은 냉전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을때 국제경찰이 없는 세계를 우려했었다. 반세기 동안이나 질서를 유지해온 거대한 힘이 사라진 세계의 질서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력충돌 가능성 상존
이번 이라크의 쿠웨이트 무력 침공은 이들의 우려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실례라 할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이라크의 군사적 폭력은 냉전체제가 채 와해되기도 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직은 모색되고 관망돼야할 시점에서도 폭력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완전 장악하는데는 불과 5시간여가 소요됐을 뿐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아침 이라크의 폭력행위를 비난하고 이라크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금 이시간 유엔결의안에 따라 이라크군이 즉각 철수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해당사자인 쿠웨이트가 가입돼 있는 GCC(페르시아만 협력협의회)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엄연한 안보기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CC가 이라크의 무력침공앞에 어떤 군사적 행동을 취했다는 증거가 없다. 중동의 대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 에미리트(UAE) 오만 카타르 등 6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GCC는 이번 사태에 성명하나 발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어떤 실질적 역할을 할 것 같지 않다.
1주여전 이라크가 군사행동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을때 지중해의 6함대를 동원,UAE와 예정에도 없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이라크 무력시위를 주도했던 미국은 막상 일이 터지자 속수무책이었다.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페르시아만으로 항진 중이고 군사적 제재가능성이 전혀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군사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 불개입 논거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전쟁은 이미 끝나 버렸고 1백만이나 되는 막강한 이라크군과 정면 대결을 벌일 수단을 미국은 현실적으로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성급한 이상론은 금물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현재로서는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를 스스로 떠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동의 노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내 이라크자산의 동결,이라크와의 통상거래 중단 정도가 고작이다.
현재로서는 소련의 역할에나 기대해 보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듯싶다. 다행히도 소련은 정부 대변인을 통해 『소련 정부는 이라크군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철수가 페르시아만의 긴장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확신한다』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 이라크에 무기지원을 해온 소련은 군사적 리버레이지를 갖고 있는 나라다.
「역사의 종언」을 썼던 프란시스 후쿠야마(미국 RAND연구소 선임연구원)는 마르크스레니니즘이 완전한 패배로 끝난 역사는 지루하고 평화로운 문화적 사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가 평화롭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평화는 모든 인류가 행복하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새로운 과학,새로운 경제적 필요가 인류를 평화롭게 지낼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예언은 아나톨 프랑스의 작가다운 감상이었다.
동서화해시대가 열리며 한껏 부풀었던 후쿠야마의 「문화사회」,아나톨 프랑스의 「신천지」는 과연 도래할 것인가. 이라크사태는 불행히도 핑크빛 미래사회가 결코 가까이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념이 소멸해도 인간의 갈등은 영원히 남으리라는 것은 이념의 대결이 없었던 먼먼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벌써부터 또다른 파시즘이 운위되고 새로운 권위주의의 대두를 내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담 후세인 같은 엉뚱한 「시저」가 나타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화려한 미래사회는 그 기반을도덕과 윤리에 두고 있다는 데 취약점이 있다. 도덕과 윤리는 역사를 움직이는 위대한 힘이지만 파괴자가 나타나면 언제나 무너지고 마는 약점이 있다.
○멀고먼 세계평화의 길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야할 미래사회의 안정된 질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야할 필요성을 이번 사태를 통해 절감한다. 그것은 어려운 작업일테지만 대단히 화급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다른 쿠웨이트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경우도 역사를 냉전시대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그렇게 되지도 않기 때문에 새 질서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작업이다.
1990-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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