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소 교역 본격화 시점서 본 「고르비경제」

한ㆍ소 교역 본격화 시점서 본 「고르비경제」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0-06-03 00:00
수정 1990-06-0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헐벗은 강국”… 생필품난에 사재기 극성/생활개선 제자리… 우유ㆍ설탕값 폭등/부실국영기업 정리땐 실업자 1천만 예상/세수격감… 외채도 5년새 갑절 늘어

소련경제의 현주소는 어디에 와 있는가.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지 5년째를 맞은 지금 소련경제는 나아진 것인가,더 나빠지고 있는가.

고르바초프가 집권 초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개혁ㆍ개방정책은 그동안 동유럽의 변화와 군축 등 동서 데탕트의 새시대를 가져왔고 아시아쪽에서도 한소수교라는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ㆍ내외 정치면에서의 눈부신 업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사정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소련경제는 현재 처한 어려움보다도 앞으로 수년내 나아질 전망이 없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소련경제의 심각성은 역설적이지만 종합적인 경제개혁안이 발표된 지난달 24일 이후 지금까지의 며칠 사이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리슈코프 총리가 발표한 이 경제개혁안은 소비재 물자의 가격자유화,국가기업의 사유화 및 화폐금융제도의 개선을 골자로 하는 시장경제체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가격자유화조치이다. 개혁안은 전체소비재중 60%는 종전대로 국가에서 가격을 정하고 25%는 국가지도하에 자율화,나머지 15%는 완전자유화한다고 되어 있다.

○수년내 회생 어려워

시행시기도 오는 7월1일부터 빵값만 자유화하고 내년 1월부터 육류ㆍ우유ㆍ설탕 등의 생필품순으로 단계적인 가격자유화를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혁안이 발표되자마자 소련전역에서 물가폭등을 우려한 사재기 소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물가인상에 항의,광부들이 총파업을 단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공화국은 공식적으로 개혁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빵값은 3배이상으로 뛰었고 육류ㆍ설탕 등은 가격자유화가 시행되기도 전에 3∼4배씩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역시 소비재의 부족현상이다. 고르바초프의 경제수석보좌관인 아벨 아간베기얀은 소비재ㆍ서비스부문에서 수급균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향후 수년간 이 분야에 매년 7백억루블어치의 물품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주장한다. 돈이 있어도 살 물건이 없어서 수입의 상당부문이 대기성 「강제저축」형태로 떠돌고 있고 그로인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 저하 또한 심각하다. 지난 한햇동안 석탄은 6.4%,석유는 4%씩 생산이 감소됐다.

○빵값 4배까지 뛰어

미 CIA의 최근 한 보고서는 소련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미국민의 32%정도라고 밝히고 있으나 소련자체보고서중에는 20%라고 밝힌 것도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1988년 현재 소련내 빈곤계층이 8천만명으로 인구의 30%에 육박한다고 밝힌바 있다. 86년보다 6%가 증가한 수치이다.

크렘린당국은 이번 경제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실질임금의 저하에 대한 보상책으로 저임노동자들의 임금을 평균 15%인상키로 하고 그 재원으로 1천3백50억루블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실국가기업의 정리 등에 따르는 실업자수는 2∼3년내 1천만명선으로 예상집계돼 엄청난 사회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사실상 줄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기업허용등으로 세수원이 줄어 재정적자 또한 심각하다. 지난해 재정적자는약 1천억루블로 GNP의 11%에 해당된다. 외채도 고르바초프집권 당시 2백90억달러이던 것이 지난해 4백70억달러로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

○근로자 사기도 저하

현재의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해 가장 기대를 거는 쪽은 서방으로부터 생필품 원조와 자본ㆍ기술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IMF(국제통화기금)ㆍ세계은행 등에 가입을 추진하는 한편 세제 및 은행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0년안에 루블화의 태환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소련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역시 군수산업등 중공업 위주의 투자구조가 아직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리슈코프 총리는 군수산업쪽의 자원을 민수로 전환시키는데 개혁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소련은 오는 95년까지 군수산업시설의 60%를 민간소비재를 생산하는 민간산업으로 대폭 전환시킬 계획이다.

고르바초프의 경제팀에서는 지금의 경제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시기를 90년대 중반쯤으로 잡고 있다. 그 기간동안 인플레ㆍ실업 등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인 시장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가입 추진

많은 경제학자들은 소련경제가 현재의 난국을 벗어나는 길은 역시 지금의 경제개혁을 계속,하루바삐 국제경제체제로의 이행을 이룩하는 길 밖에 없다는데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현재 소련 소비자들이 과연 앞으로 몇년의 과도기를 참아내줄 것이냐가 문제이다. 더구나 일부 급진개혁세력들은 지금의 개혁조치가 미흡하다며 더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소련당국은 최근의 사재기 소동이 있은 뒤,앞으로 대규모로 생길 실업자 대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개혁안보다 더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들이 물가상승ㆍ실업ㆍ부의 불균형 등 개혁의 부수효과들을 좀처럼 수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지금의 개혁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사정을 호전시키지도 못한채 정부의 신뢰만 떨어뜨릴 가능성마저 있다. 개혁의 실질효과를 국민들이 직접 느끼게 되기까지 중간과정은 역시 정치력으로 이끌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과도기중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이기동기자>
1990-06-03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