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 누가 주식사리…/양해영 경제부장(데스크 메모)

이 판국에 누가 주식사리…/양해영 경제부장(데스크 메모)

양해영 기자 기자
입력 1990-05-01 00:00
수정 199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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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째됐건 요즘 세상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속상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애시당초 세상 살아가는 것을 좋게 해줄 뜻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파워게임이다 뭐다해서 제앞길 조차도 챙기지 못하고 국민의 지탄만 받고 있으니 기분좋을리 없다.

경기는 안풀리고 수출 또한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다 곳곳에서 파업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회장이나 사장자리가 편할리 있겠는가.

○1백조어치가 75조로

기업주가 편치 않은 것과는 반대논리로 근로자 역시 속 편할 까닭이 없다.

여기저기서 강도가 날뛰고 심지어는 경찰국마저 점거당한 경찰이 무슨 재미가 있겠으며 이런 판국에 물가마저 뜀뛰고 있으니 가정주부인들 무슨 생활의 묘미가 있겠는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속을 태우고 있는 사람은 아마 증권하는 사람일게다.

주식값 떨어지는 소리가 낙엽 떨어지는 소리 이상으로 크게 들린다는 증권투자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증권시장의 폭락사태는 여간 심각한 양상이 아니다.

주식하는 사람 전체를 놓고 보면 금년초 1백조원의 주식값이 75조원으로 떨어졌다.

1천만원 투자한 사람이 2백50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며 이같은 손해의 심연이 얼마나 더 깊은지를 헤아릴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도 정부는 꼼짝않고 있으며 그럴수록 주식값은 『네가 이래도 꼼짝않을 테냐』는 식으로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산업자금동원의 동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정부의 공인된 도박장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난해 기업들이 증권시장을 통해 돈을 조달해간 것은 자그마치 21조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에서 돈을 무제한 찍어서라도 증시를 부양하겠다고 했던 지난해 12ㆍ12 증시부양조치 때 당시 재무부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자본시장의 안정적이고 건전한 육성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표현이며 앞으로도 정부는 자본시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이다.

12ㆍ12대책 전날 종합주가지수는 8백44였다.

좀더 부연하자면 종합주가지수가 여기서 조금만 더 내려간다면 증시가 붕괴될것으로 분석됐으며 증시의 붕괴는 곧 경제의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배경설명이었다.

그런데 지금 주가지수는 그보다 훨씬 아래인 6백90아래로 폭락하고 있다.

그때 그 논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증시를 살려야 한다든가 그대로 방치하자든가 하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따라 정책 달라져

지난 4월26일 증시가 사상최대로 폭락한 다음날 재무부장관(12ㆍ12조치 때 장관과 다른 사람이지만)은 『돈이 있다면 지금 주식을 사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 경제팀장인 부총리는 『특별한 부양조치가 없더라도 증시는 자생력으로 살아날 것이며 개인적으로도 지금 주식투자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총리와 재무부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경제적으로는 성장률도 예상보다 좋아졌고 4ㆍ4경제활성화 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부연설명을 달고있다.

12ㆍ12조치 때 당시의 재무장관이 했던 말과 너무나 다르다.

증시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없거니와 증시에 대한 정부의 기본의지 역시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주식을 사라고 권하고 싶단다. 자신들은 사고 싶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두장관의 이같은 발언 이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나서지 않은채 모두가 팔자고 나서 주값은 폭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보다 솔직하지 못한 점은 타인들에게 주식매입을 권유한데 있지 않다.

경제적으로는 괜찮다는 표현이다.

우리나라 주식값이 경제적 이유만으로 오르고 내렸다는 것처럼 들린다.

증시동향이 정치ㆍ사회ㆍ경제의 종합평점이란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치ㆍ사회적 요인은 쑥 빼놓고 경제적 이유만을 들어 얘기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을 안중에 두지않는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하나 증시가 공인된 도박장이라고 하는 인식에서 증시를 방치해둔다는 생각에 대해 얘기해 보자.

그렇다면 과거에 증시가 폭등사태를 빚고 있을 때 정부가 제동을 건 이유는 무엇이며 주식 같지도 않은 주식(물탄주식)이 증시에 흘러 들어가도록 한 이유는 또 무엇인가.

다른 논리를 떠나서 정부는 적어도 이 두가지 문제에 대해서만은 책임이 있는것이다.

그 보다는 더 큰 기본적 책임이 정부에 있다.

정치안장과 사회안정의 책임이다.

두장관의 말처럼 경제적으로는 12ㆍ12 증시부양조치 때 보다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정치ㆍ사회적 측면에서는 안정을 찾아볼 수없는 상황이 아닌가.

정치ㆍ사회의 안정이 있었다면 증권시장이 오늘처럼 몰락의 길로 가고 있을까 묻고 싶은 것이다.

12ㆍ12조치 때 증권시장에 개입한 돈이 3조원 가까이 됐으나 그 돈은 정보에 잽싸고 민첩한 투자자들이 증시를 빠져나가는데 도움만 줬을 뿐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ㆍ사회안정 급선무

지금 증시에 남아있는 사람은 정보에 어둡고 푼돈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여기에 또 부양책을 썼을 경우 증시이탈만 가속화시킬 뿐 증시부양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그런식의 증시부양책을 거론할 뜻도 없다.

그러나 증시는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한다.

그 심리적 안정은 돈으로 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정치인답게 정치를 해주는데에서 찾아야 한다.

국가현상의 모든 원천은 정치이니까.
1990-05-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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