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친 발트3국 독립/서방측 지원 기피의 저변

「벽」에 부딪친 발트3국 독립/서방측 지원 기피의 저변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0-04-28 00:00
수정 1990-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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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안정이 동서화해에 필수적” 공동인식/군축협상등 타결겨냥,크렘린입장 지지

조지 부시미국대통령의 대소제재유보 결정이 내려진 지 이틀만인 26일 서독과 프랑스가 리투아니아에 대해 독립선언을 당분간 유예토록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독립문제에 대해 서방측으로부터 지원을 기대하던 리투아니아의 희망은 사실상 무산됐다.

프랑수아 미테랑프랑스대통령과 헬무트 콜서독총리는 이날 파리에서 양국정상회담을 가진 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신을 소련정부와 리투아니아공화국에 각각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현단계에서 리투아니아가 독립선언을 일시 유예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크렘린측의 입장을 지지했다.

지난 3월11일 리투아니아공화국의회가 탈소독립을 선포한 뒤 지금까지 소련정부는 독립선언의 취소가 전제되지 않는한 어떤 대화도 불가하다는 강경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와 함께 무력시위에 이어 지난 17일부터는 경제봉쇄조치를 개시,리투아니아의 경제전반을 엄청난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국들은 대화를통한 평화적 해결을 소련정부에 촉구하며 「무력진압」 등의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대 소공동보복조치를 취한다는 자세를 취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크렘린은 무력진압이 아닌 경제제재조치로써 의외로 큰 효력을 본 셈이 됐고 서방측은 소련정부에 대해 강경 보복조치를 내놓을 타이밍을 잃은 꼴이됐다.

따라서 미국에 이은 서독ㆍ프랑스등 서방주요국의 이번 조치는 일차적으로 리투아니아사태를 둘러싼 현실인식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선 리투아니아가 크렘린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해서 독립을 얻어낼 승산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미국등 서방국들은 애당초 리투아니아사태를 가지고 소련정부에 지나친 압력을 가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 문제가 크렘린의 주장대로 현실적으로 소련의 「국내문제」라는 점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1940년 리투아니아의 소련연방합병자체를 인정 않는다는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리투아니아를 독립국가로 인정치않고 있고 여타 서방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다음으로 보다 큰 이유는 고르바초프 등장 이후,그리고 지난해말 밀어닥친 동유럽의 변혁으로 새롭게 일고 있는 소련과의 데탕트가 어떻게 보면 소련의 국내문제인 리투아니아사태로 인해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서방의 입장은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소외무장관회담에서 일반의 예상과 달리 리투아니아문제가 이슈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기본적으로 대 소관계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원치않고 있고 앞으로 있을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자세를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언약이 소련정부에 전달됐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서방측의 이런 입장은 새로운 동서화해의 시대를 위해서는 소련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만약에 일부에서 점치는 시나리오대로 소련정부가 대내외의 압력으로 민족문제에서 통제력을 잃고 거기 따른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 등으로 고르바초프의 권력기반 자체가 위협받는 사태가 온다면 그것은 서방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미국은 5월말의 미소정상회담을 통해 재래무기감축협상 및 전략무기제한협상(START)을 마무리,군축일정을 차질없이 이끌겠다는 희망이다. 서독ㆍ프랑스도 앞으로 있을 독일통일과 EC(유럽공동체) 통합,그리고 유럽의 전반적인 군축등 유럽의 새로운 질서탄생을 위한 일정에 소련국내정치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데 의견이 일치된 것이다.

26일 미국은 소련과 무역정상화에 합의,최혜국대우 부여등 앞으로 실질적인 대소지원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소련등 동유럽국가들의 경제개혁에 서방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서방국들이 리투아니아사태에 대해 내린 결정은 소련의 개혁,나아가 동서데탕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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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리투아니아등 발트3국과 여타 민족공화국들의 태도이다. 이들의 독립요구는 현실의 벽에 막혀 일시 잠복하겠지만 역사적으로 항상 그랬듯이 때가 되면 또다시 되풀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이기동기자>
1990-04-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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