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다시 시작하자(사설)

남북대화 다시 시작하자(사설)

입력 1990-04-17 00:00
수정 1990-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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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은 그동안 긴 겨울잠에 들었던 대화와 교류를 다시 이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공식적인 대화가 끊긴지 석달이 넘었다.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을 위한 적십자회담,북경아시안게임 단일팀구성을 위한 체육회담,고위당국자회담 예비교섭,국회회담 예비접촉 등 어느것 하나 성사되지 못하고 단절상태에 있다. 성사가능성이 가장 컸던 체육회담도 결국 북한측이 더이상의 접촉을 포기한다고 밝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동구권 국가들의 눈부신 개혁과 민주화는 그렇다 하더라도 불과 반년전만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동서독간의 통독논의는 국제적인 주목속에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순조롭고 발빠른 통일 행보를 지켜보면서 남북한 문제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자책감과 아울러 황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대화재개에 뜻이 없는 것 같다. 콘크리트 장벽이니 한소수교반대니 해서 대화를 외면하고 이쪽에 대한 비방과 선동만을 일삼는다. 한미간 연례행사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구실로 대화를 중단한 것은 그들이었다. 그러니 결자해지로 그들이 먼저 대화하자고 나서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판문점이고 어디에고 가서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최근의 안팎정세 변화는 어느때보다도 한반도 문제논의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소련의 대한반도 인식도 근본적으로 변했다. 한소수교는 기정사실화 돼 있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대한정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폐쇄와 고립정책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그러한 고식적인 고립정책이 통일의 날까지 공존번영해야 할 동반자로서의 한민족공동체의식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여겨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북한이 낡은 체제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지 않는한 그들의 고립정책은 계속될 것이고 남북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대화와 교류의 여건도 성숙돼 있다. 지난 3월초엔 일본에서 한필성,필화씨 남매가 40년만에 극적인 상봉을 했다. 그들 남매의 포옹과 눈물을 지켜보면서 남북한 동포들은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 감격과 기개라면 대화재개는 어렵지 않다. 그 무렵을 전후해서 서울에선 북한의 영화가 분단이래 처음으로 공개상영됐다. 또 얼마전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에서는 양쪽의 의원들이 만나 남북한간 국제의원연맹(IPU) 대표단의 상호교환방문에 합의했다. 며칠전엔 강영훈국무총리가 북한에 대해 모든 대화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여건과 분위기라면 대화재개는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우리는 또한 북한의 당기관지 노동신문이 얼마전에 비록 전제조건을 세우긴 했으나 처음으로 군축문제에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자 한다. 기존의 모든 대화채널을 가동하여 대좌하고 이어서 군축문제논의에도 대비해야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의 북방정책과 군축협상의지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북한측의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남북한은 다시 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1990-04-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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