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와 행정 편의주의(사설)

세무조사와 행정 편의주의(사설)

입력 1990-03-06 00:00
수정 199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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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와 과소비 풍조를 시정키 위한 대책으로 호화생활자의 추계과세문제가 검토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일부층의 사치ㆍ향락ㆍ과소비 풍조를 시정키 위한 대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정부는 호화생활자에 대한 추계과세 방안을 그 대책으로 제시했다.

불로소득 또는 회사자금을 유용하여 호화스럽게 사는 사람들을 적발하여 추계과세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경제정의 실현을 위하여서도 합당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과세를 하는 것은 용이치가 않다. 추계과세를 하려면 그 대상자를 찾아내야 하고 그 다음에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바로 세무조사이다. 요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세무조사를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팽배하고 해결수단으로 적지않이 세무조사가 동원되기도 했다. 상가임대료와 전세및 월세값을 지나치게 올린 임대인에게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당국은 발표했다.

세무조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학원 수강료를 많이 올린 학원에 대해서도 같은 조사를실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백화점의 바겐세일에 대한 사회여론이 나쁘자 이에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환각매춘」과 관련된 재벌 2세가 경영하는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있었다. 또 부동산투기에 대해서는 항상 세무조사가 뒤따랐고 투기를 근절하는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해왔다.

세무조사가 부동산투기 조사에서 효험을 보았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부작용이나 사회적 문제를 이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세무조사는 세금포탈의 혐의가 있거나 포탈과 관련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그 조사는 실효성이나 명분,그리고 국민경제적 차원에서의 파급효과까지 감안하여 실시되어야 옳다.

그렇지 않고 그것이 남발될 경우 여러가지 부작용이 야기된다. 먼저 정부당국의 행정이나 정책이 규제와 단속위주가 되기 싶다. 공직자들이 문제를 근본적인 임상요법에 의하여 치유하려 하지 않고 손쉬운 대증요법으로 처리하려는 이른바 행정편의주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세무조사가 실제로 실시되지 않으면서 엄포용으로 남발될 때는 그 부작용은 더욱더 가중된다. 세무조사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이고 각종 정부시책에 대한 믿음을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만을 초래케 된다. 그런 점에서 세무조사가 남용,또는 오용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더구나 실효성이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 엄포용으로 세무조사를 내세워서는 결코 안된다. 규제나 단속의 차원이 아닌 본원적인 치유책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테면 사치와 과소비문제는 가진 자들의 낭비및 향락적 소비와 중산층의 과시적 소비풍조를 없애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고가사치품을 수입하는 기업으로 하여금 수입을 자제토록 하고 백화점등 유통업체가 허위ㆍ과대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앞서 밝힌 추계과세는 이런 대책들가운데 한 부분에 불과하다. 부분이 전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세무조사 또한 만능이 아닌 것이다.
1990-03-0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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