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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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0-02-24 00:00
수정 199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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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 죽는다 하는 노인 죽는 것 봤느냐는 말이 있다. 불효자식 둔 위에 살기까지 고단한 노인은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을 하루에도 몇번씩. 그러면서도 「모진 목숨」을 이어 나간다. 그것이 생명에의 애착. 사람들은 대체로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런 심경을 나타낸 일화가 「용제총화」(권2)에 실려 있다. 중추 민대생이란 노인 얘기. 90세를 넘긴 어느해 설날 조카들이 와서 세배를 드린다. 한 조카가 하는 덕담- 『원컨대 숙부께서는 백세까지 수를 누리소서』. 노인은 크게 노한다. 『이놈,내 나이 90여세인데 백살까지 살라면 앞으로 몇년만 더 살라는 말이 아니냐. 무슨 복 없는 말을 그리 하느냐. 썩 나가거라』. ◆경제기획원이 「한국인의 표준 생명표」를 발표했다. 그에 의할 때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89년 기준으로 남자 66.92세,여자 74.96세. 전체 평균 수명은 70.84세이다. 1906∼10년의 평균수명 23.5세는 옛 얘기라 하자. 1955∼60년의 52.6세와만 비겨도 대단한 신장세. 노령화사회를 실감케 하는 숫자다. 세계최고인 일본의 78.2세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평균수명 높아진 것을 좋아만 할 일일까. 앞서의 민대감이야 벼슬 높고 경로사상 두터웠던 때이니 백살을 넘겨도 살기는 즐거웠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핵가족화 하면서 효나 경로사상은 엷어져 가고 노령을 위한 정책의 뒷받침도 모자란다. 그래서 서러운 노령이 많아져간다. 그 노령들은 「장자」(천지편)에 나오는 수칙다욕(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다)을 생각한다. 평균수명의 향상이 「모진 목숨」의 양산으로 이어진다면 그게 어찌 자랑거리겠는가. ◆골골거리면서 병원 신세나 지는 장수 또한 의미가 없다. 『죽기가 설운 게 아니라 아픈 게 섧다』는 속담이 말하듯 건강한 장수라야 뜻이 있는 것. 마음과 몸이 아울러 건강할 수 있는 수칙다복의 사회를 자녀들이,정책이 만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사람은 모두 늙어가는 존재 아닌가.

1990-02-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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