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군사건이 남긴 교훈/김용원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설군사건이 남긴 교훈/김용원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김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0-01-19 00:00
수정 199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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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민주화로 위장한 학원폭력」을 신랄하게 규탄했다.

『그는 운이 나빠 몇대 맞다가 쓰러져 죽은 것이 아니다. 옛말에 「개패듯 때린다」는 말이 있고 「맞아 죽는다」는 말도 있는데 설군은 말그대로 개처럼 맞아 죽었다. 눈이 가리워지고 의자에 결박당한채 기진맥진,고개를 떨구고 「물,물」하며 쓰러져 갔다. 그가 만약 프락치였다 할지라도 프락치는 그렇게 죽어가도 좋다는 것인가』

그리고는 『폭력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에 마땅히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선 변호사는 「시대의 희생자」를 낳게한 우리의 현실을 지적했다.

『어째서 학생들이 학업에 정진하지 못하고 투쟁의 선봉에 서서 희생되어야 했는가. 온갖 불신풍조를 만들어낸 80년대의 정치ㆍ사회현실이 비극의 씨앗』이라고 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피고인들은 한결같이 고인에게,부모에게,학우들에게 백배사죄했다.

『형을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들도 할말은 있었다.

『싸늘한 감방에 앉아 박종철 학우도 생각해 보았고 고문경관을 증오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시대의 증오를 씻고 화해의 시대가 열리기 만을 기원한다』 『어떤한 형태의 폭력이든지 폭력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이번 사건의 올바른 극복 방법』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0월 학원프락치로 오인돼 뭇매를 맞고 숨진 동양공전 학생 설인종군의 폭행치사 사건 결심공판이 열린 18일 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합의부 법정은 이시대를 혼돈의 시대로 만들고 있는 각종 폭력에 대한 심판장과도 같았다.

설군을 때려 숨지게한 연세대학생과 고려대학생 9명 모두에게 징역 15년∼7년까지의 중형이 구형됐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이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한 젊은이의 참담한 죽음을 떠올리며 법정을 나서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들은 『어떤 명분,어떤 형태의 폭력도 결코 용납될수 없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그것은 우리시대의 비극이자 새 시대의 교훈이었다.
1990-01-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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