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도 정계개편 수순찾기 돌입/야권행보에 대응책 마련 부산

여권도 정계개편 수순찾기 돌입/야권행보에 대응책 마련 부산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0-01-18 00:00
수정 1990-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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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ㆍ공화 합당 봐가며 구도 선택/“헤쳐모여” 보다 「정치연합」 가능성

민주ㆍ공화 양당 통합추진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정계개편에 대한 여권의 구상도 무르익어가는 느낌을 주고 있다.

민주ㆍ공화 합당이 가능할 것이냐가 1차 변수이지만 이들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여권의 선택이 향후 정국 구도를 가름할 절대 관건이라 여겨지는 탓에 노태우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여권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공청산 이후 정계개편 논의가 야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으나 청와대ㆍ민정당 등 여권은 계속 관망자세를 보여 왔다.

4ㆍ26총선 이후 여소야대 상황의 타파를 위해 「연정」 「보수대연합」을 가장 먼저 거론했던 민정당측이 이같이 조심스런 태도를 견지했던 것은 자신이 정계개편에 앞장 설 경우 「기득권 옹호」 「정권연장 기도」 등으로 매도당해 자칫 일을 그리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런 시각에서 민주ㆍ공화당이 앞장서 보수연합을 추진해 준다면 별로 해로울 게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ㆍ공화 통합이 구체화되면서 김영삼ㆍ김종필 두 총재가 「통합세」를 바탕으로 노대통령을 제외하고는 3김총재에 버금가는 인물이 없는 민정당을 단숨에 「먹어보겠다」는 의도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여권내에 위기의식이 표면화되고 있다. 여권은 정계개편을 하되 민정당을 축으로 타세력을 흡수하는 형식을 바라면서 대책을 강구중이다.

○…이에 따라 민정당이 가장 먼저 착수한 행동은 범여권 결속이다.

민주ㆍ공화 합당추진 과정에서 여권인사가 비록 영향력이 별로 없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야권으로 넘어간다면 정계개편의 주도권 싸움에서 여권이 입는 타격은 심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김영삼총재가 여권의 일부 소외세력과 접촉을 시도한다는 얘기도 있고 김종필총재가 구 공화출신 여권인사 설득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민주ㆍ공화 통합추진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일부 야권인사가 여권에 흡수될 수는 있어도 여권인사가 「투항」할 가능성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집안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며 이는 앞으로의 정계개편이 세와 응집력의 싸움으로 나타날 것이 틀림없기에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박태준 대표ㆍ박준병총장ㆍ정동성총무 등 민정당 주요 당직자들이 TK 서명파ㆍ이종찬계등 당내 비주류세력과 백담사측,그리고 권익현 전 대표 등 공천탈락자그룹들과 잦은 회합을 갖고 있는 것도 단순한 당결속을 넘어서 정계개편을 앞둔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여권은 일단 범여결속을 공고히 하면서 민주ㆍ공화 통합이 여권의 「세」를 능가할 수 없도록 원격조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4당체제를 유지하려는 평민당 김대중총재의 입장,민주ㆍ공화가 아닌 평민ㆍ민주 통합으로 야권 개편을 추진하려는 움직임 등을 민주ㆍ공화 통합의 「수위」를 조절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ㆍ공화 양당을 중심으로 한 범보수 신당이 결성될 경우 민정당은 평민당과 함께 3당체제를 상당기간 시험가동해 볼 가능성이 크다.

민정당은 「보수신당」과 당장 정당연합을 하거나 통합을 추진하기에는 평민당의 반발 혹은 자칫 비호남 대 호남당의 지역대결 구조로 가는 난점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이를 시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의 지적처럼 정계개편의 흐름의 수순은 4당체제→민정,범야보수신당,평민의 3당체제→민정ㆍ「신당」의 정당연합(보수대연합),평민당 중심의 진보세력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이 단계적 정계개편의 가장 큰 변수는 내각제 개헌 분위기로 볼 수 있다.

가령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내각제 개헌 분위기가 성숙될 경우 중간단계의 3당체제 운영은 의외로 짧아지고 대신 3단계의 보수대연합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민정당이 「보수신당」과 보수대연합을 구성할 경우에도 「헤쳐모여」식의 합당보다는 서구의 다당제를 토대로 현 의원내각제 국가처럼 보수정당간의 정치연합을 통한 연정구성의 가능성이 크다는 여권소식통의 지적이다.

이런 지적을 전제로 할 때 정계개편에도 불구하고 민정당이 간판을 내리거나 노태우대통령의 민정당총재 사퇴등 당적 이탈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여권은 민주ㆍ공화 통합 움직임과는 별도로 정국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정책연합을 추진하면서 이것이 발전될 경우 정당연합을 시도한다는 정계개편 구도를 짜왔다.

설사 민주ㆍ공화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빠르면 연내에 한 당을 선택,정당연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광주보상법ㆍ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을 처리하면서 어떤 당과의 정책제휴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느냐가 연합대상 선택의 관건이 될 수 있다.

민정당이 민주ㆍ공화 이외에 평민당과의 연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보수대연합으로의 전면개편도 거론하고 있는 것은 무리하게 단일 방향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계개편 가능성을 흘리면서 현 4당체제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려는 복안도 있을 수 있고 정계개편 없이 내각제 개헌을 유도한 뒤 연정이나 합당을 시도할 수도 있다.

노대통령이 6공출범 이후 보여 준 통치스타일로 볼 때 무리한 개편은예상되지 않으며 야권이 통합ㆍ분열ㆍ내분 등으로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다 지칠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여야가 묶어지는 대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이목희기자>
1990-01-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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