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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200조’ 저출생 대책,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200조’ 저출생 대책,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22-03-09 19:10
업데이트 2022-03-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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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 0.81명 또 ‘최저’
체감 못 할 ‘200조’ 대신 파격 필요
대체인력·육아휴직 급여 확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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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 0.81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이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내년엔 0.6명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인구 소멸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자연 감소한 인구는 5만 7280명으로, 전년보다 75.6% 늘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도나도 위기대응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인구를 늘릴 목적으로 출산장려금과 정착지원금을 준다고 손을 내민다. 1000만원의 거액을 내거는 곳도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지만, 청년층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줄어드는 인구를 서로 빼앗기 위한 애처로운 몸짓일 뿐이다.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저출생은 반전의 기미가 없다. 그동안 20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기억하는 예산 항목이 많지 않다. 요란한 홍보 자료는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정부도 매년 새로운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눈곱만큼의 반전도 없으니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좀더 세밀하게 현실을 보자.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은 1.28명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생아 규모를 매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고 도시 인프라가 서울이나 부산처럼 규모가 더 큰 도시와 비교해 낫다고 하긴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주민 중에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많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은 최대 3년이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강제 규정을 만들어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기간이다. 그런데 공무원은 가능하다. 대체인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겠지만, 조직 내부에서 임신과 육아를 놓고 갈등하는 사례가 적다. 대체인력은 당연히 세금으로 고용한다.

우리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강을 건넜다. 넘지 못할 것 같았고,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복잡한 규정까지 만들어 어렵게 건너왔다. 큰 사회적 비용이 필요했지만 감내했다. 2004년 ‘주5일제’를 시행할 때도 그랬다. 당시엔 ‘나라가 망한다’는 악담이 적지 않았다. 그 첨예한 갈등을 넘어 초과근무수당, 휴일수당이 정착됐다. 이젠 저출생 대책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됐다.

공무원 사례처럼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려면 그만큼의 대체인력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대체인력을 고용할 엄두를 못 낸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규모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200조원이라는 체감 못 할 액수를 제시하는 것보단 청년들에게 훨씬 더 와닿는 대책일 것이다. 일자리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아빠 육아휴직’이 얼마나 늘었느니 하는 ‘자화자찬’ 자료는 줄이자. 그런 홍보자료를 보면 상실감만 느끼는 아빠가 적지 않다.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남성들에겐 소득 보전이 더 절실하다. 육아휴직을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 지금의 육아휴직 급여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육아휴직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것 역시 정부가 돕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냥 돈을 퍼준다고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돈이 없으면 아이를 낳을 엄두를 못 낸다.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의 출생률과 다자녀 비율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 입증됐다. 이제 ‘과정은 아름다웠다’는 얘기는 그만하자. 늦었지만 새 정부에 다시 희망을 걸어 본다.
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2022-03-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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