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트럼프, 벙커피신 ‘졸보’ 비판 의식했나…걸어서 교회 ‘깜짝 방문’

트럼프, 벙커피신 ‘졸보’ 비판 의식했나…걸어서 교회 ‘깜짝 방문’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6-02 16:15
업데이트 2020-06-02 16: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트럼프, 연설서 “특별한 곳 방문” 깜짝 발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성명을 낭독한 뒤 걸어서 찾은 백악관 건너편 세인트 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성경을 들어 보이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워싱턴 DC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성명을 낭독한 뒤 걸어서 찾은 백악관 건너편 세인트 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성경을 들어 보이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워싱턴 DC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전역을 휩쓰는 시위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로즈가든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이후 백악관을 나와 인근 ‘대통령의 교회’까지 걸어서 갔다. 시위대가 백악관을 봉쇄한 지난달 29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지하 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피신한 것과 관련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공개적 행보이자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 기독교 세력의 결집을 노린 의도로 읽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로즈가든 연설에서 자신을 “법과 질서의 대통령”으로 선언한 이후 “아주 아주 특별한 곳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간다”고 깜짝 발표했다.

‘지하 벙커’ 피신 따가운 시선 의식… 기독세력 결집 의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특별한 곳’이란 백악관 인근에 있는 세인트 존스 교회로, 제임스 매디슨 4대 대통령 재임 때인 1816년에 문을 연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예배를 본 유서깊은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1월 취임식 날 이 교회에서의 예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이곳은 백악관과는 라파예트 광장을 사이에 직선거리로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세인트 존스 교회는 지난달 28일 시위대에 의해 지하실 일부가 불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소방대가 즉시 충돌해 불을 껐으며, 정확한 화재 발생 정황과 피해 정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날 백악관을 봉쇄한 시위대로 대통령 가족이 절차에 따라 지하벙크로 피신했다.

트럼프 출발 직전 백악관 주위 평화시위 강제 해산
이미지 확대
백악관 주변에서 시위대와 몸싸움 벌이는 비밀경호국 요원들
백악관 주변에서 시위대와 몸싸움 벌이는 비밀경호국 요원들 미국 비밀경호국(SS) 소속 경찰관들이 30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기 위해 백악관 주변에 몰려든 시위대를 밀치고 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2020-05-31 15:43:35/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밖으로 나오기 전 라파예트 광장에 몰려있던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쏴 해산시켰다고 CNN이 전했다. 이날 워싱턴DC는 오후 7시부터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통금 시작 30분쯤 전에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대에 최루탄을 쏴 해산했다. 시카고 지역에서는 시위 참가자가 총기 발사자가 확인되지 않은 총격 사망자들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7시쯤 백악관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호원과 참모들을 대동하고 백악관 문을 나와 라파예트 광장을 가로질러 교회로 걸어갔다. 교회에 들어가기 전 잠시 앞에 서서 성경을 든 손을 들어 올리며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다”라고 말했다. 그의 오른편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왼편에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과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이 섰다. 교회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걸어서 백악관으로 도착했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시간은 7시 20분쯤이다.

트럼프 교회서 사진만 촬영…“리얼리티 쇼” 비판
이미지 확대
백악관 인근 시위 현장에서 불타는 차량
백악관 인근 시위 현장에서 불타는 차량 미국 백악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워싱턴의 한 도로에서 30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위 가담자가 불타는 차량에 원뿔형 교통표지판을 던지고 있다. 2020-05-31.
워싱턴 AFP 연합뉴스
이같은 교회 ‘깜짝 방문’에 민주당 소속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대통령을 위한 리얼리티 쇼가 펼쳐졌다”고 비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트위터에 “대통령이 교회에서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군을 동원해 평화적인 시위를 쫓아냈다”며 “수치스럽다”고 했다.

성공회 워싱턴DC 교구의 매리앤 버디 주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나는 분노한다”며 “우리가 대통령의 선동적인 언어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세상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흑인 최초로 미국 성공회 주교에 오른 마이클 커리 주교는 “교회 건물과 성경을 편파적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성공회 플로리다 중부 교구의 그레그 브루어 주교는 라파예트 광장의 시위대에 대한 최루탄 해산에 대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