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결혼은 NO… 자비는 베풀어야”

입력 : ㅣ 수정 : 2015-10-0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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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개회 미사서 밝혀
“동성 결혼은 허용할 수 없다. 그러나 교회는 동성애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바실리카 성당에서 열린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개회 미사에서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정리했다. 전날 폴란드 출신 신부인 크시슈토프 올라프 하람사의 ‘커밍아웃’으로 동성애 문제가 이번 시노드의 쟁점이 되자 교황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이날 미사 설교의 3분의1가량을 이성 간 사랑과 출산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전날 하람사 신부가 자신의 동성 커플과 함께 “교회는 동성애자들이 결혼할 권리를 부정할 도덕적 권위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따른 교황의 대응으로 해석된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인간 창조 계획은 남녀 간 사랑 안에서만 완성되고, 하느님은 남녀 부부가 공유하는 삶의 여정을 기뻐하신다”며 이성 간 결혼과 가정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했다.

사실 교황은 동성애에 대해 뚜렷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2013년 7월 인터뷰에서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동성애자들의 환영을 받았지만 지난 9월 미국 순방 중 동성 커플에게 결혼허가증 발급을 거부해 구속됐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를 비공개로 만나 “강해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모호한 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방미 기간 자신의 제자이자 동성애자인 야요 그라시도 비공개로 만났다는 사실이 전해져 교황의 ‘진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이날 교황은 설교를 통해 동성 결혼 반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이혼자, 재혼자, 동성애자에 대한 자비도 강조했다. 교황은 “교회는 이들을 찾아내 환영하고 이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교회가 이들에 대해 문을 닫는다면 자신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개회 미사를 시작으로 오는 25일까지 3주간 진행되는 이번 시노드에서는 전 세계에서 추기경, 주교 등 300여명이 모여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에 대해 논의한다. 교황은 이후 시노드에서 다룬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5-10-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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