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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빚조정’ 석 달간 331건…초라한 실적 이유 있었다

‘원스톱 빚조정’ 석 달간 331건…초라한 실적 이유 있었다

입력 2014-12-04 00:00
업데이트 2014-12-0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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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인 빚조정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공적 채무조정’ 지원 서비스의 실적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의 이권이 걸린 미묘한 사안인 데다 담당 기관의 과부하, 홍보 부족, 금융 당국의 무관심이 겹쳐 초라한 성적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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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채무조정’이란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지원체계 개편 방안’의 후속 조치로 내놓은 사적·공적 채무조정 간 연계 지원 서비스다. 쉽게 말해 ‘원스톱 빚조정’으로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빚의 일부를 탕감해 주거나 만기를 연장시켜 주는 제도)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국민행복기금 채무 조정에서 탈락한 이들에게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신복위는 신청서 작성 등을 대행해 주고 소송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채무자는 100만~300만원에 이르는 인지대와 송달료, 법무사 수수료 등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다.

3일 금융위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8월 19일부터 11월까지의 실적은 331건(상담 1296건)에 그쳤다. 한 달에 100건꼴인 셈이다. 이마저도 172건은 처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신복위가 전국 25개 지부에, 캠코가 서울 본사에 각각 상담 창구까지 차려 놓고 운영하는 것치고는 저조하기 그지없는 실적이다. 개인회생 및 파산 신청자가 한 해 16만명(2014년 사법연감 기준)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 보면 더 그렇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몇백만원에 이르는 각종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데도 왜 이렇게 외면하는 것일까. 금융권은 ‘입 튀어나온 신복위’를 우선 꼽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복위) 직원들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복잡하고 많은 데다 인력과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 신청자가 느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복위 안에서도 “(공적 채무조정이) 민간보다 싸고 편한 서비스인 것은 맞지만 우리도 솔직히 여력이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밥그릇 싸움’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청자가 수천 명씩 몰릴 경우 이 업무를 전담하는 법무사들이나 법조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법무사들) 시선이 곱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보 부족도 문제다. 제도 시행 석 달이 넘었지만 이런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법무사나 변호사 등은 개인회생·파산 전문이라며 적극적인 영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신복위도 ‘신용회복’ 검색어를 치면 맨 상단에 법무사가 아니라 신복위 사이트가 나올 수 있도록 포털사이트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복위 관계자는 “시행 시기가 얼마 안 돼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상담자 가운데 실제 접수하는 비율은 25% 수준인데 일용직 근로자들이 소득증빙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채무액 15억원 제한 등 신청자 자격 조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가계부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보완적인 채무조정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위가 신복위 등에 맡겨만 놓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책임 있게 나서고, 제도 자체에 법적인 근거를 만들 수 있는지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12-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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