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 일해 손에 쥔 돈은 10만원 남짓이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7까지 10시간 넘게 일터에 있었다. 쉴 틈 없이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어이없는 액수였다. 처음 일 시작할 땐 기대가 컸다. 아이들과 어떤 놀이를 어떻게 해볼까.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까. 혼자 준비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짓이었다. 첫날부터 기다린 것은 청소와 설거지, 아이들 배식하는 일이었다. 손님 오면 차 내오고 어질러진 뒷정리도 해야 했다. 그게 다였다.”
G대 유아교육학과 이정희(가명)씨가 지난 한달 반 동안 경험한 교육실습 내용이다. 이씨는 “실무 경험을 쌓으러 왔는데 정작 한 일은 잡역부 역할밖에 없었다.”고 했다.
여름방학 기간, 현장 실습교육에 나선 대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실습하자는 취지지만 전공과 관련 없는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거의 받지 못했다. 실습에 나서는 학생들은 주로 유아교육, 호텔경영, 관광, 미용 등 졸업을 위해 실습 학점을 따야 하는 학생들이다. 학점과 취업을 위해 필수적이다.
한 미용학과 학생은 “우리는 싫건 좋건 실습을 나가야 하고 현장에서는 여름에 공짜로 쓸 수 있는 노동력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여기저기서 실습요청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우리로서도 관리가 어렵고 하나하나 실습 기회를 줄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했다. 비정규직노동센터 김성희 소장은 “예전에는 실업고 실습생들의 노동 착취가 논란이 됐었는데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이제 대학생들도 이런 현상을 겪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최저임금은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09-08-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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