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이… 탕탕” 서울 시내버스 환갑 맞았어요

입력 : ㅣ 수정 : 2009-06-16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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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차로제 등 눈부신 발전… 안내양 배치 등 이벤트 풍성
‘옆구리’가 터질 정도의 만원버스 차문을 탕탕 치며 ‘오라이’를 외치던 안내양 누나의 모습. 10장이 한묶음인 회수권을 11장으로 얌체처럼 잘라 태연한 척 손을 내미는 남학생 개구쟁이들. 하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학생에게 마음을 뺏겨 비좁은 버스 안에서도 친구들과 재잘거리던 여학생. 늦은 밤까지 팔다남은 물건을 품에 꼭 껴안은 채 머리를 연신 꾸벅이시던 어머니뻘 아주머니. 그때 그시절에 추억과 애환을 나눴던 시내버스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서울지역 시내버스의 운행이 올해로 60돌을 맞았다. 서울시는 뜻깊은 날을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16일 헌혈증 기증, 추억의 버스 안내양, 첫 승객에 음료수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15일 밝혔다.

우리나라 시내버스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사진들. ① 1911년 전국 최초로 경남 진주에서 운행한 시내버스 기종인 포드 8인승 무개차. ② 1928년 4월 22일 서울(당시 경성부)에서 운행을 시작한 20인승 부영버스. ③ 현대식 버스 디자인으로 설계돼 70년대 서울 거리를 누볐던 하동환자동차(현 쌍용자동차)의 1969년식 시내좌석버스. ④ 70년대 당시 전철식 좌석구조로 화제가 됐던 신진자동차공업의 시내버스 FB100LK.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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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시내버스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사진들. ① 1911년 전국 최초로 경남 진주에서 운행한 시내버스 기종인 포드 8인승 무개차. ② 1928년 4월 22일 서울(당시 경성부)에서 운행을 시작한 20인승 부영버스. ③ 현대식 버스 디자인으로 설계돼 70년대 서울 거리를 누볐던 하동환자동차(현 쌍용자동차)의 1969년식 시내좌석버스. ④ 70년대 당시 전철식 좌석구조로 화제가 됐던 신진자동차공업의 시내버스 FB100LK.
서울시 제공

●첫 승객 대접받고 안내양도 만나고


우선 이날 새벽 첫차(보통 오전 4시30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빵과 음료수 3000세트를 나눠주며 격려하는 ‘정(情) 나누기’ 행사를 갖는다. 종로구청에서는 버스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헌혈 후 헌혈증을 사회기관에 기증하는 ‘사랑나눔’을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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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번(화계사~동대문), 150번(도봉산역~석수역), 660번(온수동~가양동) 등 11개 노선버스에는 추억의 버스안내양이 탑승한다. 과거에 버스안내양으로 재직했거나, 시내버스 운전사의 가족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임시 안내양을 맡아 추억을 재현하게 된다.

난폭운전, 불친절, 급제동 등 버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급출발, 급제동을 줄이고 보도에 가까이 정차해 승객들이 버스에 수월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무릎이 편한 버스’ 캠페인도 펼쳐진다. 18일에는 신천동 교통회관에서 시민들의 버스 관련 아이디어를 토론한 뒤 시정에 반영하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실현회의’도 갖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발로 자리매김해 온 시내버스와 함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으려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60년 만에 전세계 벤치마킹 대상으로

서울에서는 이미 일제강점기인 1912년 일본인들이 자동차 운수사업을 했고, 1928년에는 경성부가 시내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1949년 8월16일 ‘서울승합’등 17개 회사가 사업면허를 받아 273대를 운행한 것을 서울 시내버스 운행의 효시로 간주한다. 그동안 시내버스는 60년간 점진적인 진화 과정을 겪으며 현재 세계 교통개혁의 우수사례로 평가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1966년 승차권 제도가 처음 도입됐고, 몇 개의 정거장을 건너뛰는 급행 버스도 만들어졌다. 1976년에는 토큰제로 바꾸었고, 20년 뒤인 1996년 교통카드로 대체되면서 토큰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89년 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안내양 승무의무’ 조항이 삭제되면서 ‘안내양 시대’도 막을 내렸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 시가 버스회사에 재정을 지원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준공영제’와 지하철환승 시스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등을 채택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현재는 68개사 7600여대가 하루 500만명의 시민을 태우며 세계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9-06-1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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