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배구국가대표 발탁 중앙여고 김희진

입력 : ㅣ 수정 : 2009-05-2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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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급 실력 갖춘 18세 소녀
“높이뛰기 선수를 해서 점프에는 자신 있어요.”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넘는 큰 키(186㎝)임에도 체격이 다부져 보인다. 자신감 넘쳐보이는 강렬한 눈빛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파워 넘치는 스파이크는 ‘제2의 김연경’(일본 JT마베라스 입단)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듯하다. 2010년 세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엔트리 최종 12명에 전격 발탁된 김희진(18·중앙여고) 얘기다. 서울 북아현동 중앙여고에서 훈련 중인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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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거의 게임에 빠져 살아요.”라며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언제까지 키가 자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요즘에도 조금씩 자라는 것 같아요. 190㎝까지는 크고 싶은데….”라며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김희진이 처음부터 배구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부산 상리초교 시절에는 주목받는 높이뛰기 선수였다. 4학년 때 운동을 시작해 5학년 말 두각을 나타냈다. 육상선수였던 아버지와 테니스 선수였던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핏줄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운동을 하겠다는 딸을 말렸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시니까요. 몰래 운동을 하다가 들켰는데 6학년 때까지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기로 했죠.”

그는 2003년 소년체전에서 높이뛰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계는 김희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렇게 뜯어 말리던 엄마도 금메달을 따면서부터는 아무 말 안 하시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뒤 갑자기 배구·농구 쪽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6학년 때 이미 165㎝까지 자란 데다, 점프력이 검증된 그를 배구와 농구 지도자들이 스카우트에 나선 것. 육상계의 반발이 컸지만 결국 6학년 말 배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중앙여중·고 배구팀 심재호 총감독은 키가 175㎝까지 자란 김희진에게 잔뜩 눈독을 들였고, 부산에서 아버지 정돈(54) 씨 설득에 공을 들인 끝에 서울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부산에서 정든 친구들을 떠나 객지 생활을 하려니 힘들었죠. 하지만 적응되고 나니 배구가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심재호 총감독은 중앙여중에 갓 입학한 김희진에게 기초 훈련을 시키는데 힘과 정성을 쏟았다.

김희진이 “점프에 자신 있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남들보다 배구 입문은 2~3년 늦었기 때문. 혹독한 훈련 끝에 김희진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07년 봄철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데 이어 아시아·세계유스선수권 청소년대표로 뽑히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앙여고에 진학한 뒤에는 신만근 감독(현 프로배구 도로공사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다. 김희진은 “두 감독님께서 항상 ‘너는 꼭 성공할 것이다. 운동에만 전념해라.’며 늘 격려해 주셨어요. 특히 경기에서 기복이 심한 저를 정신적으로 많이 잡아 주셨죠. 배구 말고 인성교육에도 힘써 주셨어요.”라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심 총감독은 “희진이는 높이와 파워에서 프로선수들 못지않다. 체력도 남자 못지않다.”면서 “앞으로 김연경 같은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희진은 지난 4월 충북 단양에서 열린 봄철중고연맹전에서 중앙여고를 대회 2연패로 이끌었다. 이 때 눈부신 활약 때문일까. 지난 18일 그는 라이벌 박정아(16·남성여고)와 함께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 28일 발표한 최종 엔트리 명단에는 박정아를 제치고 김희진만 포함됐다. 어리지만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김희진의 가능성을 배구계가 인정한 것.

김희진은 “최종 12명 안에 들 것으로 상상도 못했어요. 프로 언니들하고 같이 뛰게 돼 너무 설레요.”라며 기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코트에 설 기회를 준 만큼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되고 싶어요.”라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글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김희진 프로필

▲출생 1991년 4월29일 부산 ▲체격 186㎝, 몸무게는 비밀 ▲학력 부산 상리초·서울 추계초-중앙여중-중앙여고 ▲가족 아버지 김정돈(54) 씨와 어머니 김성호(53)씨, 오빠 김홍준(28)씨 ▲닮고 싶은 선수 일본 JT마베라스 입단이 결정된 김연경(흥국생명) ▲취미 추리소설 읽기, 게임 ▲경력 봄철중고연맹전 여중부 최우수선수(MVP), 아시아유스선수권·세계유스선수권 청소년대표(이상 2007년), 주니어아시아선수권 청소년대표(2008년)
2009-05-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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