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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린 ‘가족회사’…롯데 비자금 창구 의혹

베일에 가린 ‘가족회사’…롯데 비자금 창구 의혹

입력 2016-06-15 17:22
업데이트 2016-06-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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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등 신씨 일가의 ‘가족회사’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씨 일가의 개인 지분이 대부분인 이들 회사는 한때 롯데 계열사와 관련된 일감을 독점했던데다 주력계열사와 달리 주요 경영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비자금 창구 가운데 하나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미경씨는 현재 롯데쇼핑 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보유한 것 외에 롯데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딸 서유미씨 역시 호텔롯데 고문이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 정도만 알려졌을 뿐 롯데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조차 근황을 알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 모녀가 지분을 가진 유원실업은 국내 3대 멀티플렉스인 롯데시네마의 서울·수도권 매점 운영권을 쥐고 한때 연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유기개발은 롯데백화점 식당 영업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의 지분구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유원실업은 2000년대 후반까지 서씨가 최대 주주이고 서씨의 오빠가 대표를 맡아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영화관은 크게 관람료와 매점 운영,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는데 이 가운데 팝콘·콜라 등 간식을 주로 판매하는 매점은 현금매출 비중과 이익률이 높아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CGV와 메가박스는 영화관 매점을 직영으로 운영해 왔지만 롯데시네마는 불과 수년 전까지 이 사업을 ‘가족회사’에 몰아줬다.

롯데시네마의 지방 점포 매점의 경우 롯데쇼핑 계열사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갖고 있었는데 이들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가족회사다.

시네마통상은 신 이사장이 지분 28.3%를 보유하고 있고 신 이사장의 장녀 혜선씨가 7.6%, 차녀와 삼녀인 선윤·정안씨가 5.7%를 갖고 있다. 시네마푸드 역시 신 이사장이 33.1%, 혜선씨가 8.9%, 선윤·정안씨와 아들 재영씨가 지분 각 6.6%를 갖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동생과 조카 등 다른 친족의 지분을 합치면 이들 업체의 신씨 일가 지분은 약 90%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롯데쇼핑이 극장 매점을 업계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수료율로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에 임대해주는 등 이들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이후에도 영화관 매점 사업을 이들 회사에 위탁했다가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신동빈 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한지 2년만인 2013년이 돼서야 이들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올해 초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롯데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런 가족회사와 선을 그은 것이 누나 신영자 이사장이나 작은아버지 신선호 산사스 사장 등의 반감을 사게 된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이 대주주인 부동산임대회사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과, 그의 아들 재영씨가 지분을 가진 비엔에프통상 역시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이들 회사 역시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공개적으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데다 최근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의 가장 큰 수익은 비엔에프통상이 운영하는 스파 임대료라는 점 등을 보면 이들 회사도 결국 오너 일가의 재산증식 창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대기업 비자금 의혹을 수사할 때 꼭 들여다보는 것이 회장 가족이 실소유주인 계열사나 관계사”라며 “주로 건물 관리·매장 운영·자재 납품 등을 하면서 지분 관계가 잘 드러나 있지 않은 회사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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