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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된 신동빈의 ‘글로벌 케미칼’ 꿈

물거품 된 신동빈의 ‘글로벌 케미칼’ 꿈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16-06-14 23:28
업데이트 2016-06-1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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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 첫 근무지도 롯데케미칼 ‘세계 10위권’ 목표로 공들여 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에 자주 등장하는 계열사가 롯데케미칼이다. 그룹 전체가 압수수색당하고 있는 지금 신 회장이 미국에 있는 이유도 롯데케미칼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화학 부문을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여러 인수·합병(M&A)을 해 왔다. 이 목표는 14일 롯데케미칼도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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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서울 동작구 롯데케미칼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날 검찰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연합뉴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위해 서울 동작구 롯데케미칼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날 검찰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900억원대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런 현금 창출 능력은 거침없는 M&A의 원동력이 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유통업으로 그룹을 일궜다면 신 회장은 석유화학을 주력 업종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화학단지 완공식에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석유 화학 소재 산업을 유통과 같은 비중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국내 롯데그룹에서 처음 근무한 회사도 롯데케미칼로 신 회장의 출발지이다.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롯데케미칼이 원료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끼워 넣어 거래 가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직접 사올 수 있는 원료의 구입 과정에 계열사를 끼워 넣어 계열사에 이른바 ‘통행세’를 주는 방식은 대기업집단이 부당 내부거래 때 종종 쓰는 수법이다. 실제 지난 10일 첫 번째 압수수색 계열사였던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들일 때 롯데알미늄을 중간에 두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했다. 롯데피에스넷은 2012년 관련 과징금으로 6억 5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롯데케미칼은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한다. 따라서 롯데의 해외 계열사를 중간에 세우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해외 거래에서 자주 불거지는 이전가격 문제가 등장한다. 두 회사 간에 부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자금을 대기업집단의 사업계획에 맞춰 부풀리거나 축소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세정당국의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롯데케미칼이 압수수색을 당한 만큼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 전반을 검찰이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원료 수입 등의 문제로 미국, 중국, 영국,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폴란드 등에 11개의 자회사가 있다.

두 번째는 제주리조트 관련 지분을 호텔롯데에 판 과정에 대한 의혹이다. 14일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계열사들의 공통점이다. 호텔롯데는 이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이날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다. 호텔롯데는 “가격을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자산은 회계법인에서, 토지 등 부동산은 부동산 평가 법인에서 평가받아 적법하게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6-06-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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