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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연내 상장” 의욕…증권가 “불가능할 듯”

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연내 상장” 의욕…증권가 “불가능할 듯”

입력 2016-06-15 15:43
업데이트 2016-06-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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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상장 추진이 돌연 중단된 호텔롯데의 연내 상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논란도 여전하다.

호텔롯데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 (상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회에서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니까 꼭 상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 중인 데다가 호텔롯데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이 재연되는 등의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연내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를 통해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상장 일정은 무기한 표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가라앉지 않는 호텔롯데 공모가 논란

15일 금융투자업계에선 검찰 수사를 계기로 호텔롯데가 애초 제시한 희망 공모가가 적정 기업 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새삼 고개를 들고 있다.

호텔롯데는 신주 발행과 구주매출 방식으로 시장에 내놓기로 한 4천785만주에 대한 희망 공모가를 애초 주당(액면가 5천원) 9만7천∼12만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연루 의혹으로 한 차례 상장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공모 희망가를 8만5천∼11만원으로 낮춰 제시했다.

투자자 가치를 높인다는 명분이 붙었다.

처음 제시한 공모가격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32∼40배로 경쟁사인 호텔신라의 26.3배보다 22∼52% 높았다.

낮아진 공모가를 적용하더라도 호텔롯데가 상장을 통해 증시에서 빨아들일 수 있는 돈은 4조677억∼5조2천641억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관투자자는 “공모 가격은 통상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수준보다 조금 낮게 산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롯데 공모가는 높게 산정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예상 실적과 면세점 업황변동, 롯데그룹 자회사별 현황을 고려할 때 호텔롯데의 (애초) 희망 공모가 수준이 상당히 높다”며 “공모가가 밴드 하단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이번 상장이 롯데 계열사 중 제2의 소문만 무성한 잔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장에선 검찰이 롯데제주·부여리조트의 지분을 보유했던 롯데 계열사를 압수수색하고 호텔롯데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회사 자산·가치 평가가 적정했는지 파헤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상장을 추진하기 전인 2013년 8월 롯데제주와 부여리조트를 인수·합병하면서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들여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인수·합병 전후 토지·자산 가치가 적정하게 산정되지 않았거나 자산 가치가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호텔롯데는 배임과 분식회계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이 경우 호텔롯데 상장 추진은 적어도 3년 이상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하려면 최근 3년 재무제표를 제출해 상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롯데의 재무제표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연내는 물론 수년간 상장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등에 따르면 분식회계나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드러난 비상장사는 3년간 상장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분식회계 혐의만 드러나도 검찰 수사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 절차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4∼5년 넘게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신동빈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무기한 연기가 아니고 연말 정도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상장은 신 회장 일가족·일본 주주들엔 ‘대박’…국내 투자자들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국내 증시에 상장될 때마다 유독 공모가 거품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2006년 2월 롯데쇼핑 상장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롯데쇼핑의 희망 공모가 범위가 34만∼43만원이었고 공모가는 수요예측 결과 4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당시 실적 전망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8∼19배를 적용해 산출된 것으로 시장평균 PER인 10배에다 80% 정도의 프리미엄을 더 얹은 것이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11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롯데쇼핑의 현 주가는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21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인 주주를 많이 둔 롯데 계열사의 증시 상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족과 기존 주주들이 무조건 대박을 친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롯데쇼핑 상장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SDJ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각각 1조7천억원대로 뛰었다. 형제가 보유한 롯데쇼핑 주식재산만 3조원대를 훌쩍 넘었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더라도 일본에 있는 주주인 일부 L투자회사들은 기존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당장 1조원대 현금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기존 주주 보유분을 시장에서 공개 매각하는 구주매출이 예정된 곳은 L제4투자회사(251만주), L제6투자회사(406만주), L제5투자회사(368만5천주), L제2투자회사(340만주) 등 4곳이다.

이들 주주가 구주매출로 챙길 주식매각 대금은 최근 예고된 최저 희망 공모가인 8만5천원을 적용해도 1조1천607억원에 이른다.

상장 이후 호텔롯데 주가가 올라 공모단계에서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은 나머지 L투자회사들도 시장에서 주식을 처분하면 수조원의 국내 증시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 때는 일본 주주들이 구주매출을 한다”며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으면 그만큼의 차익이 일본 주주들의 이익으로 귀속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유 지분(구주)을 팔아 상장 차익을 얻게 되는 일본의 주주들과 달리 국내 증시의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호텔롯데 주가가 상장 이후 떨어지면 고스란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6년 거액을 들여 롯데쇼핑 공모에 참여했다가 낭패를 봤다는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당시 롯데쇼핑 일반공모에 몰린 청약 증거금 5조2천970억원 중에서 34%인 1조8천64억원어치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대출해 준 돈이다.

업계에선 이자비용까지 지불하며 주식을 받아간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사주 34만2천858주를 역시 공모가인 40만원에 최고 130만주까지 배정받은 롯데쇼핑 직원들도 곡성(哭聲)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회사 측에서는 당시 우리사주를 청약받고자 한 직원들에게 연 5.5%로 대출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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