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노숙자로 만들어”…APEC 동원 경찰관들, 박스 깔고 복도 취침 ‘분통’

“경찰을 노숙자로 만들어”…APEC 동원 경찰관들, 박스 깔고 복도 취침 ‘분통’

이보희 기자
입력 2025-11-11 05:58
수정 2025-11-1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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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서 단체 취침, 감방보다 못한 숙소”
경찰직협, APEC 당시 사진 공개
경찰청 “지역 여건 한계…미안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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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덮고 쪽잠 자는 경찰관의 모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박스 덮고 쪽잠 자는 경찰관의 모습.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지난 1일 막을 내린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전국 경찰력이 대규모로 투입된 가운데, 열악했던 근무 환경에 대한 경찰관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일부 혼선이 빚어지며 경찰관들이 제대로 된 숙소나 식사를 제공받지 못한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10일 APEC 정상회의 당시 현장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이 대기 장소에서 박스를 이불 삼아 쪽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단체로 자거나 복도에서 모포 하나만을 깔고 잠을 청하는 사진들도 공개됐다. 낡은 모텔이나 산속 여관에 묵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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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대기하는 APEC 동원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영화관에서 대기하는 APEC 동원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경찰직협 관계자는 “모포가 지급된 곳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지급이 안 된 곳도 있었다”며 “폐지를 줍는 분들한테 상자를 빌려온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서는 도시락을 받지 못해 사비로 밥을 사 먹거나 추운 날씨에 차갑게 식은 밥을 먹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한 경찰관은 “모텔 화장실이 문이 없고 통유리로 돼 있었다”며 “룸메이트한테 못 보여주겠다. 감방도 칸막이는 있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경찰직협은 오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12일과 14일에는 국회 앞에서 사진전을 열 예정이다.

직협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경찰청, 경북경찰청, APEC 기획단이 1년간 준비한 세계적 행사에 동원된 경찰관들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를 알리겠다”며 경찰 지휘부 대상 직무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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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복도에서 잠을 청하는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영화관 복도에서 잠을 청하는 경찰관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APEC에 투입된 경찰 인력에 대해 “경북 지역만 하루 최대 인원 약 1만 8600명”이었다며 “연초부터 숙소와 급식 부분을 신경 써왔지만, 행사 관련 기관 인력과 외국 대표단까지 겹치면서 경주 내 호텔·숙소·모텔·기업수련원을 전부 확보해도 부족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대구·영천·울산·포항까지 1만실을 확보했지만, 지역 쪽이라 쾌적한 숙소를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일부 노후된 숙소가 제공돼 직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식사와 관련해서는 “도시락은 배달 지연이나 행정 착오로 초기에 누락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현장 불만을 접수하면서 신속히 개선하고자 노력했다”면서 “일부 직원에게 쾌적하지 못한 환경과 식사 제공을 못한 것은 기획단으로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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