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육상 남자 200m 예선 9조에서 20초28로 조 1위를 꿰차며 준결선에 올랐다. 18일 오전 10시 8분 출발하는 준결선 2조 4번 레인에서 결선 진출을 겨냥한다. 이날 예선 최고 기록은 남자 100m 동메달리스트 앙드레 드 그라세(22·캐나다)였다. 20초09를 뛰어 10조 1위에 오른 그는 볼트 바로 옆 5번 레인에서 달린다.
볼트의 대항마로 여겨졌지만 100m 결선에서 맥없이 물러난 저스틴 개틀린(34·미국)은 느긋하게 달려 10초42로 5조 1위를 차지했다. 준결선에서는 오전 10시 16분 출발하는 3조에 편성됐다.
이런 모순이 발생한 것은 10개 조의 1위와 2위는 자동으로 준결선에 진출하고 나머지 선수 중 상위 4명까지 24명이 준결선에 합류하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느긋하게 뛰어도 조 2위만 차지하면 무난히 준결선에 오르는가 하면 그 반대의 억울한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심지어 20초58로 예선 전체 공동 40위에 머무른 마테오 갈뱅(이탈리아)은 개틀린에 이어 5조 2위를 차지하면서 준결선 티켓을 손에 쥐어 그보다 기록이 나은 16명의 선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규정대로 적용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 기록 종목에 흔치 않은 의외의 상황이 생겨나니 오히려 관전의 흥미가 배가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록을 최우선으로 따져야 할 육상에 어울리지 않는 규정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