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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원윤종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봅슬레이 원윤종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입력 2013-03-08 00:00
업데이트 2013-03-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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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경기장도, 썰매도 없이 세계를 누비는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외인구단’이다.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40) 한국체대 교수가 부상으로 알파인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서 올림픽 무대의 꿈을 이루고자 도전에 나서면서 한국에 첫 씨앗이 뿌려졌다.

강 교수가 은퇴한 이후 세대교체에 나설 때에도 다른 종목에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을 데려오거나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두드린 비 경험자들로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했다.

국내 선수 대부분이 이렇게 다른 종목에서 좌절을 겪은 이들이거나 비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그 가운데서도 7~8일 아메리카컵에서 이틀 연속으로 한국에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안긴 대표팀 주전 파일럿 원윤종(28)은 특별한 사례로 꼽힌다.

2010년 처음 봅슬레이 대표 선발전에 도전하기 전까지 어느 종목에서도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입시 체육으로 성결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한 것이 운동 경력의 전부다.

그럼에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대표팀의 주전 파일럿 자리를 꿰찼고, 선수 생활 3년 만에 강광배 교수의 업적을 뛰어넘어 국제대회 정상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강점은 높은 집중력과 악바리 근성이다.

경기장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원윤종의 머릿속은 늘 트랙 공략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봅슬레이 파일럿이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썰매를 조종하려면 트랙을 달달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에 따른 공략법까지 감각적으로 숙달해야 한다.

원윤종은 코스를 외우고 적당한 공략법을 찾기 전까지는 잠도 이루지 못하고, 늘 다른 코스는 없을지 고민한다.

3년 사이에 84㎏이던 몸무게를 100㎏ 이상으로 불리려고 하루에 밥을 15공기씩 먹어치우기도 하고, 역도 선수 출신 동료와 맞먹는 무게의 바벨을 들어 올릴 만큼 웨이트 트레이닝도 치열하게 했다.

여기에 올 시즌 처음으로 유럽 전지훈련을 치르면서 시야가 넓어져 한층 성장했다.

원윤종은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유럽에서 새로운 트랙을 타 보고 월드컵에 나서는 수준의 선수들을 지켜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북미에서 4개의 트랙만 타 본 원윤종은 올 시즌 유럽에서 4개의 트랙을 새로 경험했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썰매를 조종하는 눈이 더 트였다.

원윤종은 “처음 배울 때에는 외국인 코치들로부터 정석을 배우기 마련인데, 월드컵을 지켜보니 선수마다 코너를 도는 라인이 팀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더라”고 설명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원윤종은 이번 대회에서 11~12번 코너와 14~16번 코너에서 새로운 공략법에 도전했고, 이것이 맞아떨어지면서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언젠가는 익혀야 할 트랙인 만큼 지금 넘어지고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유럽에 진출했다”면서 “그 경험을 하고 익숙한 미국으로 돌아오니 한층 편해지더라”고 말했다.

한국 봅슬레이에 첫 금메달을 안기는 쾌거를 안겼음에도 원윤종의 목소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차분했다.

’별로 기쁜 기색이 아니다’라는 농담에 그제야 웃음을 터뜨린 원윤종은 “단계적으로 잘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평창 메달이 목표인 만큼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답했다.

원윤종은 “아직 나는 체력이나 코스 공략 능력 등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선수”라며 “다음 시즌에는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새로 올라서야 할 계단”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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