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9) ‘태극마크’ 선배님 고마워요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9) ‘태극마크’ 선배님 고마워요

입력 2011-07-13 00:00
수정 2011-07-1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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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 “어이쿠 국가대표님” 밥 위에 고기 듬~뿍

지난 5월 17일, 태릉선수촌에서 첫 합동 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선수촌 뒷문을 통해 오륜관으로 향하고 있는데 트랙을 뛰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 마주쳤다. 어울려 뛰는 선수들 중 평소 친분이 있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서울시청)가 보였다.

취재가 아닌 선수 자격으로 마주친 거라 왠지 어색해 주춤거리고 있었는데 상화가 먼저 “언니, 왜 왔어?”라고 물었다. “나 여자럭비 국가대표 됐어.”라고 크게 대답하고 보니 화끈거리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평생 그 종목에 인생을 걸고 태극마크를 단 그들에 비해 너무 쉽게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민망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후 50여일. 나를 ‘기자’로 대하던 스포츠 스타들이 슬슬 나를 ‘선수’로 보기 시작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에게 전화를 걸면 “어이쿠, 국가대표님.” 하며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허 감독은 무거운 ‘고구마(럭비공)’ 들고 달리려면 살도 더 쪄야 하고 체력도 더 키워야 한다면서 밥 위에 고기를 듬뿍 얹어줬다. 농구대표팀 이정석(삼성), 양희종(인삼공사)은 “럭비 안 하고 왜 (취재) 왔어요?”라며 나를 다그친다. 11일에는 행사차 라마다송도호텔을 찾은 ‘핸드볼 에이스’ 김온아(인천시체육회)와 우연히 만났다. 흠뻑 비를 맞고 운동한 뒤 사우나까지 마친 새까만 민낯이 창피해 “나 요새 럭비해.” 했더니 “뉴스에서 봤어요. 하체가 진짜 좋은데요?” 하며 내 허벅지를 만졌다. 수비를 잽싸게 따돌려야 하는 럭비에도 핸드볼 페인팅이 유용할 거라며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끊을 때는 민망해진다. 그들은 으레 “그래, 그럼 다음에 휴가 나오면 한잔 하자.”고 한다. 운동을 시작한 후 나의 화려했던(!) ‘알코올 라이프’는 (당분간) 중단됐다. 하지만 같이 운동하는 처지에 혼자 유난 떠는 기분이 들어 찝찝해지는 것이다. 나는 소심하게 “나 술 끊었는데….”라고 얼버무린다.

럭비팀 동료들은 물론 다른 국가대표들에게도 미안하지 않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게 ‘마이웨이’다. 스키점프팀 강칠구(하이원)는 다정한 문자를 보냈다. “두려워하지 말고, 환경을 보지 말고, 네게 주어진 기회에 과감하게 도전해라. 넌 소중하니까.” 응원을 아끼지 않는 ‘국가대표 선배’들의 넘치는 격려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날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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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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