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출신… 빅리그 31년만에 역대 세번째
1963년 5월10일 미프로야구 오클랜드에 19살의 젊은 유격수가 등장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손에 꼽힐 만큼 빠른 데뷔. 하지만 오프시즌 친구와 소프트볼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하찮게 여긴 부상은 내내 괴롭혔다. 애틀랜타와 시카고 컵스 등을 전전한 끝에 1973년 4월6일 대주자를 끝으로 은퇴했다. 빅리그 6시즌 동안 타율 .199(176타수35안타)에 7타점이 전부. 홈런은 구경도 못했다.● 1979년 35세로 사령탑 올라 롱런
초라한 은퇴 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주(州)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는 등 명석한 두뇌를 뽐냈다. 하지만 야구와의 끈을 놓지 못했다. “법률가로 밥벌이를 하느니 마이너리그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게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 197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이너리그(더블A) 감독을 거쳐 1979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빅리그 사령탑에 올랐다.
명장 토니 라루사(65·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주인공. 1979년 화이트삭스의 지휘봉을 잡은 뒤 오클랜드와 세인트루이스로 팀을 옮기면서 31년째 롱런하고 있다. 그는 22일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카우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2-5로 승리, 감독 통산 2500승(2177패) 고지를 밟은 것.
코니 맥(3731승), 존 맥그로(2763승)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보비 콕스(68·애틀랜타·2359승)와 조 토레(69·LA 다저스·2196승) 감독이 뒤를 잇지만 라루사 감독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에서는 1950~60년대 난카이 호크스를 이끈 쓰루오카 가즈토 감독이 1773승, 한국은 김응용 삼성 사장이 세운 1476승이 최다.
● 마무리 1이닝 투구 정립시킨 주인공
라루사 감독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데이브 던컨(64) 투수코치다. 1983년 화이트삭스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이들은 지금도 찰떡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야구에서 일반화된 미들맨-셋업맨-마무리로 이어지는 불펜 운영의 틀을 완성한 것이 이들이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던 마무리의 투구를 1이닝으로 정립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데이터와 강력한 불펜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라루사 감독의 지도력은 오클랜드(1989년)와 세인트루이스(2006년)를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며 빛났다. 양대리그에서 우승을 맛본 사상 두 번째 감독이며 ‘올해의 감독’으로 네 차례나 뽑혔다.
데니스 애커슬리, 마크 맥과이어는 그와 함께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오클랜드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옮겼다. 던컨 코치는 숱한 러브콜을 받고도 라루사의 곁을 지켰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대목.
선수로는 실패했지만 지도자로 우뚝 선 라루사 감독이 얼마나 더 승수를 보태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지 궁금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9-06-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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