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달이’ 두 발은 마지막까지 달렸다

‘봉달이’ 두 발은 마지막까지 달렸다

입력 2009-03-16 00:00
수정 2009-03-1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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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다섯 바퀴 뛴 사나이… 20년 마라톤인생 마침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가 생애 40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뒤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봉주는 올가을에 은퇴 경기를 치를 계획이지만 완주가 필요하지 않아 이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풀타임 출전 대회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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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는 15일 서울 세종로~잠실 주경기장을 잇는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16분46초로 끊어 14위를 차지했다. 기록으로만 보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풀코스 40회 완주라는 역사를 개척한 것이다. 지난 2000년 2월 도쿄국제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라는 한국 최고기록을 세운 뒤 후계자가 나타나기를 염원하며 달리고 또 달린 뒤 불혹의 나이에 은퇴를 결심한 그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라면 42.195㎞를 100m 평균 18~19초의 속도로 2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마라톤이 인간 최극한의 운동으로 꼽히는 이유다. 대부분 10~20회 완주 기록을 남기고 쓸쓸히 은퇴의 길을 선택할 정도. 풀코스를 40번이나 완주한 마라토너는 국내에서 이봉주뿐이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록이다. 이봉주와 동갑내기인 황영조(국민체육공단 감독)도 완주는 여덟 차례에 그쳤다.

이봉주는 이날 완주로 자신의 20년 마라톤 인생을 통해 적도를 중심으로 4만㎞로 잡는 지구의 둘레를 다섯 바퀴 넘게 달렸다. 그가 달린 거리는 모두 22만여㎞. 42차례 완주 도전에 40차례 성공했고, 하프마라톤(21.0975㎞) 도 13회를 치렀다. 한 차례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이봉주는 보통 4000㎞를 소화해 왔다.

이봉주의 기록은 온갖 어려움을 딛고 이겨낸 인간승리라는 데서 교훈을 남겼다. 왼발 248㎜, 오른발 244㎜의 ‘짝발’에다가 평발, 마라토너에게는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게다가 경기 중 비오듯 쏟아지는 땀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시도했던 쌍꺼풀 수술이 잘못되는 바람에 ‘짝눈’으로 달려야만 했다. 육상을 계속하려고 천안에서만 고교를 세 곳이나 옮겨 다니다 1990년 서울시립대 1년 때 마라톤 출발점에 첫발을 내디딘 뒤 꼭 19년 만에 일군 영광이다.

이봉주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국민의 많은 성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아쉬움도 많지만 후련하기도 하다.”면서 “좋았던 기억, 안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모두 뒤로 하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새 출발을 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케냐의 모세스 아루세이가 2시간7분54초로 1위, 에티오피아의 데제느 이르다웨와 케냐의 실베스터 테이멧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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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9-03-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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